영부인 동행 김주석에 달렸다/카터때 김성애동석 극히 이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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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8일 판문점접촉서 드러날듯
대통령 영부인 손명순여사의 평양항이 7·25 정상회담을 앞둔 남북간에 미묘한 물밑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측은 영부인 동행이 국제적인 관례라는 점을 내세워 손여사의 방북이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은 이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가 없는 것이다.
남북이 이처럼 손여사의 평양항에 대해 분명한 입장정리가 안된 탓인지 청와대와 통일원은 이 문제에 관한한 줄곧 NCND(긍정도 부정도 않음)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 제2부속실의 정병국실장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통일원도『좀더 지켜봐야될 문제』라는 유보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28일의 판문점 예비접촉 과정에서 손여사 동행 문제를 제기했고,이에대해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측「공식 설명」은 이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정상회담을 결정한 이래 거의 모든 시간을 회담 의제와 김일성주석 연구등에 할애한 까닭에 미처 이 문제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조용한 성품의 손여사도 자신의 동행 여부를 김대통령에게 거론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이번 정상회담이 잘돼야 할텐데』하고 말했을 뿐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원은 김주석의 태도가 손여사의 동행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변수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영부인 동행이 국제적인 관례라 해도 김주석이「영부인 동반은 불편하다」는 기색을 보이면 동행은 자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김주석 부인이 정상회담같은 공식석상에 나온 적이 거의 없으며 지난번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 방북때 김성애가 동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였음을 새삼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계자들 중에는 7일과 8일 판문점 통신및 경호관계 실무접촉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북의 입장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며 이에따라 손여사의 방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여성계는 손여사의 평양항이 꼭 성사돼야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 92년9월 평양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에 참석한 민족통일연구원 안인해박사는 『북―미3단계회담을 앞둔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여맹위원장 김성애를 내세워 대외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북에도 득이 될것』이라며 『남북화해의 상징성과 회담 분위기등을 고려,영부인이 꼭 평양에 가야한다』고 강조했다.〈최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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