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향기 품은 황포돛배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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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백마강을 오가는 황포돛배가 시범운항에 들어갔다. 이 배는 백제문화제 기간(10월 11~15일) 에는 무료로 탈 수 있으며 다음달부터 본격 운항한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1일 오후 충남 부여의 백마강 그드래선착장. 지난달 20일 진수식을 갖고 이날 시범운항에 나선 두 척의 황포돛배가 출항을 위해 돛을 활짝 폈다. 이어 강위로 배가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냈다. 이 배는 다음달부터 본격 운항을 시작한다.

 시속 17㎞의 속도로 그다지 빠르지는 않지만 승객들은 한결같이 큰 돛을 단 배가 강물 위를 떠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기한 표정이었다.

 삼천궁녀가 떨어졌다는 낙화암과 조룡대,엿바위와 같은 빼어난 명소와 사적이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색다르게 펼쳐진다.

 황포돛배는 백마강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수북정~구드래~고란사 간 3.5㎞를 오간다.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승객 강희주(36)씨는 “유서가 깊은 백마강에 옛 정취가 풍기는 황포돛대를 타니 감회가 새롭다”며 “단순한 구경이 아닌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배의 이름은 신라 26대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와 백제 30대 무왕이 된 서동왕자의 이름을 본따 ‘선화호’와 ‘서동호’로 각각 명명됐다. 서동왕자가 신라의 선화공주를 사모해 ‘서동요’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면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바람에 선화공주가 신라궁궐에서 쫓겨나자 아내로 맞았다는 전설이 있다. 황포돛배에 이들의 이름을 붙인 것은 역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이 배는 부여군이 백제고도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7억여 원을 들여 선박 전문가, 주민들의 고증을 거쳐 8월 완성했다.

 황포돛배는 면포에 황포물감을 들인 돛을 달아 바람이 힘을 이용해 운항하는 배로 부여지역에서는 과거 젓갈과 조기, 소금을 실어 나르는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다.

 특히 삼국시대 백제의 물류 중심이었던 부여에서 금강 하구와 내륙을 연결하는 긴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서동호의 갑판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자를 설치해 승객들이 안전하고 안락하게 유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선화호는 승객들이 선실 내부에서 뿐아니라 갑판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여군 관계자는 “백마강은 ‘백제의 제일 큰 강’이란 의미로 금강이 부여를 지나는 구간으로 백제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다”며 “호응도가 높으면 추가로 5척을 더 건조해 운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포돛배는 백제문화제 기간(10월 11~15일) 중에는 무료로 승선할 수 있고 11월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운영은 민간업체에서 맡게 되며 용역결과를 통해 업체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요금은 현재 유람선(왕복 7000원·성인기준)보다 다소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부여=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백마강 황포돛배=길이 16.3m, 폭 4.5m, 높이 1.2m로 최대 승선인원은 46명이며 시속 17㎞의 속력을 낼 수 있다. 1척당 3억여 원을 들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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