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결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익금은 8억원 정도. 미술관 운영과 연관 짓기에는 지나치게 큰돈이 은행 계좌가 아닌 집에 쌓여 있던 것이다. 이 돈이 옛 쌍용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휴일인 3일에도 서울 서부지검은 바쁘게 돌아갔다. "휴일엔 특별히 부를 사람이 없다"던 검찰은 이날 박 관장을 불러 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캐물었다. "쉬겠다"던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도 출근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불분명한 큰돈이) 나왔는데 그냥 묻어둘 수 없지 않으냐"며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한 돈인지, 실제 소유자가 누군지는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에는 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에서 7500억원이 지원되는 등 모두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투입됐다. 예보는 2001년 쌍용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이후 아직 지원금 대부분을 환수하지 못한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뭉칫돈에 대해 검찰에서 통보받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반적인 절차를 따져보면 김 전 회장의 돈이고, 과거 연대보증 등으로 아직도 물어낼 게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두 요건이 충족되면 돈을 가압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뭉칫돈이 김 전 회장이 아닌 부인 박 관장의 것으로 밝혀지면 가압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돈의 성격과 출처를 밝혀내야 하는 입장이다. 신정아씨의 명의로 개설된 은행 개인금고에 보관된 2억원대 외화와 관련, 검찰은 실제 주인이 박 관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고가 개설된 2004년은 김 전 회장이 그룹 돈을 빼돌린 혐의로 1년 내내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다. 검찰은 이 돈이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구 차장검사는 "(박 관장 집에서 발견된 50여억원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여력이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1996년,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 61억원의 현금이 담긴 사과박스 25상자를 보관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 돈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1억원짜리 산업금융채권 88장을 현금화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쌍용 측이 전액을 1만원권으로 바꾼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쌍용그룹에 26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올 2월 특별사면됐다.
김 전 회장은 2002년 3월부터 쌍용양회 명예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창업주 예우 차원이며, 사무실.차량.비서를 일절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양회 대주주는 일본 태평양 시멘트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쌍용양회 전체 지분의 0.01% 정도 되는 약 1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안혜리.강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