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3층 집서 나온 뭉칫돈 … 검찰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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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정아(35.여)씨의 학력 위조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비자금 사건으로 튀고 있다. 성곡미술관 3층에 있는 박문순(53.여) 관장의 집에서 발견된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수표 50여억원 때문이다. 박 관장은 김석원(62)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지난달 28일 박 관장 집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뭉칫돈의 존재 여부를 공식적으론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사 관계자들은 "큰돈이 나왔다"고 시인하고 있다.

성곡미술관 결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익금은 8억원 정도. 미술관 운영과 연관 짓기에는 지나치게 큰돈이 은행 계좌가 아닌 집에 쌓여 있던 것이다. 이 돈이 옛 쌍용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휴일인 3일에도 서울 서부지검은 바쁘게 돌아갔다. "휴일엔 특별히 부를 사람이 없다"던 검찰은 이날 박 관장을 불러 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캐물었다. "쉬겠다"던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도 출근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불분명한 큰돈이) 나왔는데 그냥 묻어둘 수 없지 않으냐"며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한 돈인지, 실제 소유자가 누군지는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에는 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에서 7500억원이 지원되는 등 모두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투입됐다. 예보는 2001년 쌍용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이후 아직 지원금 대부분을 환수하지 못한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뭉칫돈에 대해 검찰에서 통보받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반적인 절차를 따져보면 김 전 회장의 돈이고, 과거 연대보증 등으로 아직도 물어낼 게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두 요건이 충족되면 돈을 가압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뭉칫돈이 김 전 회장이 아닌 부인 박 관장의 것으로 밝혀지면 가압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돈의 성격과 출처를 밝혀내야 하는 입장이다. 신정아씨의 명의로 개설된 은행 개인금고에 보관된 2억원대 외화와 관련, 검찰은 실제 주인이 박 관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고가 개설된 2004년은 김 전 회장이 그룹 돈을 빼돌린 혐의로 1년 내내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다. 검찰은 이 돈이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구 차장검사는 "(박 관장 집에서 발견된 50여억원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여력이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1996년,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 61억원의 현금이 담긴 사과박스 25상자를 보관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 돈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1억원짜리 산업금융채권 88장을 현금화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쌍용 측이 전액을 1만원권으로 바꾼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쌍용그룹에 26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올 2월 특별사면됐다.

김 전 회장은 2002년 3월부터 쌍용양회 명예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창업주 예우 차원이며, 사무실.차량.비서를 일절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양회 대주주는 일본 태평양 시멘트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쌍용양회 전체 지분의 0.01% 정도 되는 약 1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안혜리.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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