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이 편한 e펀드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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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직장인 박모(35)씨는 최근 한 증권사를 찾아 ‘한화꿈에그린차이나주식1’ 펀드에 가입했다. 이 상품의 총보수율은 판매보수 1.5%에 운용보수 0.9%, 수탁보수 0.05%를 합쳐 2.45%였다. 며칠 후 그는 직장 동료 후배 양모(33)씨가 같은 펀드에 총보수율 1.5%로 가입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운용보수와 수탁보수는 양쪽이 모두 같았지만 후배가 가입한 ‘꿈에그린차이나주식1’의 판매보수는 0.55%에 불과했다. 사정을 알아보니 인터넷 펀드몰에서 직접 펀드에 가입해 판매보수를 줄인 것이 동료 양씨의 비결이었다.

 ◆판매수수료 아끼는 펀드몰=투자자들 사이에 펀드몰이 화제다. 펀드몰이란 인터넷 사이트에 만들어 놓은 펀드 판매망. 기존 인터넷 쇼핑몰처럼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백 가지 펀드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바로 가입할 수 있다. 굳이 시간을 들여 판매사를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펀드 비용이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를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비용이 최고 1%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1%포인트의 차이는 크다. 꿈에그린차이나주식1에 5000만원을 투자해 1년이 지난다면 5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투자기간이 길어진다면 비용 차이는 더욱 커진다.

 꿈에그린차이나주식1의 경우 이름을 보면 언뜻 다른 펀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한화꿈에그린차이나주식1’은 뒤에 ‘(C1)’이, 펀드몰에서는 ‘(C2)’가 붙어 있다. 펀드 설정일도 다르다. 하지만 같은 펀드다. 수수료 체계별로 클래스만 달리한 ‘멀티 클래스’ 펀드일 뿐이다.

 한화투신운용의 홍성훈 마케팅팀장은 “투자자의 편익뿐 아니라 기존 타 운용사의 중국 펀드를 따라잡기 위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으로 수수료 체계를 달리한 펀드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인기 펀드는 펀드몰을 싫어해’=모든 펀드가 인터넷 펀드몰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온라인 펀드몰에 올라와 있더라도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가입하는 것과 똑같은 조건의 수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국내 최대 펀드몰을 보유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경우를 보자. 이 펀드몰에는 기존 오프라인 펀드보다 수수료를 싸게 한 인터넷 클래스를 가진 ‘전략펀드’가 단 5종에 불과하다. 꿈에그린차이나 외에 KTB자산운용의 ‘KTB글로벌스타클래스E’, 세이에셋운용의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클래스CE’ ‘세이키워드림적립식주식클래스CE’, 동부자산운용의 ‘동부해오름 인덱스알파파생상품 클래스A’가 그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판매사에서 팔지 않고 수수료가 싼 온라인전용펀드는 35개로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다. 키움증권은 이외에도 일반 증권사에서 팔고 있는 것과 똑같은 펀드 120개를 판매 중이다.

 메리츠증권의 펀드애널리스트 박현철 과장은 “운용사로서는 수수료가 싼 인터넷클래스 펀드를 많이 내놓고 싶지만, 고객과 직접 접촉하면서 펀드영업에 나서는 판매사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오프라인 증권사의 펀드몰이 대개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중심으로 똑같은 수수료 체계의 펀드나 소수의 온라인전용펀드를 파는 데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펀드몰은 대세’=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펀드몰은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 온라인증권사 키움증권(www.kium.com)이 올 5월 온라인 펀드몰 ‘행가래(幸家來)’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증권사들마다 펀드몰 경쟁이 뜨겁다. 한국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도 인터넷 펀드몰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온라인 펀드몰 ‘펀드하자 닷컴(www.fundhaja.com)’을 4일 정식 오픈한다.

 하나대투 e비즈니스부의 김병주 부장은 “새로 선보일 펀드 사이트는 고객들이 펀드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상담-매수-사후 관리 등을 한 화면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꾸몄다”면서 “수수료가 싼 온라인 전용 펀드도 20개 이상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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