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타개 할 대결단 필요/남북 정상에게 띄우는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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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음의 문 활짝 열어 대업이뤄야
온 겨레가 수십년동안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던 남북정상회담이 7월25일 마침내 이루어지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세계의 역사와 온 인류가 큰 희망속에 이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양심의 청진기를 민족의 가슴에 대고 역사의 맥박소리를 조용히 들어보십시오.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남북통일을 갈망하는 민족의 절규입니다.남과 북의 공생공영을 원하는 동포의 외침입니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의 숙제가 있습니다.이 숙제를 잘 풀면 그 민족은 역사의 당당한 우등생이 됩니다.그러나 그 숙제를 잘못 풀면 그 민족은 역사의 부끄러운 낙제생으로 전락합니다.
나라가 갈라진지 49년,민족의 혈맥이 끊어진지 반세기.우리는 세계사의 마지막 분단국가로서 반백년동안 온갖 슬픔과 곤욕을 겪었습니다.
마침내 기회는 왔습니다.영도자의 사명이 무엇입니까.민족의 맥박소리를 숙연한 마음으로 듣고 역사의 숙제를 용감하게 푸는 것입니다.두 정상의 만남이 다만 만남으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만남은 열매를 맺어야합니다.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지한 역사적 결단이요,구체적인 결심입니다.
일찍이 중국의 위대한 혁명가요 영도자였던 손문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조류 호호탕탕 순지자창 역지자망.
세계 역사의 조류는 넓고 크다. 역사의 조류에 순응하는 자는 번영하고 역사의 조류를 거역하는자는 쇠망한다.
그렇습니다.개인이건 국가가 산다는 것은 격변 격동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자는 생존과 번영의 대도를 달리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쇠퇴와 몰락의 길로 굴러떨어집니다.
이것은 세계사의 냉엄한 법칙입니다.천하의 누구도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세계사는 어느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까.많은 학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세가지 방향입니다.
첫째는 민주화의 방향이요,둘째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방향이요,셋째는 국제적 개방화의 방향입니다.아무도 역사의 이 방향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이 방향을 막겠다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입니다.<2면에 계속>

<1면서 계속> 남이건 북이건 세계 역사의 이 조류에 따르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 조류를 거역하는 자는 쇠망의 길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남북 정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사의 방향감각입니다. 밝은 혜안을 가지고 역사의 조류를 바로보고 용감하게 결단하는 것입니다. 일찍이 동양의 선인은 개심견성의 철리를 강조했습니다.
서로 만나 회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저마다 자기의 진실을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깊은 신뢰가 생기고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신뢰와 성실성이 결여될 때 참된 대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동양의 고전인 『중용』은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불성무물.
성실성이 없으면 아무일도 되는 일이 없다.
남북의 통일과 공생공영은 우리 민족의 비원이요,우리 겨레의 진로요,우리나라가 사는 길입니다.
인간은 역사에서 도피할 수 없습니다. 두 정상은 지혜와 성실성을 다해 이 역사적 회담을 대성공으로 이끌어 통일의 문을 여는 대업을 성취하기 바랍니다.
인간의 힘으로 이루지 못할 역사의 과제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민족의 피와 역사의 신을 믿고 통일이라는 난제에 용감히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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