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오태석 연극제 비닐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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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는 요즘 별스런 비닐하우스 한채가 지어져있다.
그것은 햇빛 한점 들지 않는 강철지붕으로 덮여있고 그 안에는사람들이 피뽑히기만을 기다리며 양육되고 있다.그것은 헌혈증이 있어야만 인간대접을 받는 후기산업사회의 인간착취 구조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사진〉 오태석이 글을 쓰고 이윤택이 지은 『비닐하우스』의 모습이다.지난 4월부터 시작된 오태석 연극제의 네번째 공연작인이 극은 문화게릴라.문화무정부주의자 이윤택과 「알 수없는 작가」 오태석의 만남으로 공연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
89년 동숭아트센터 첫 공연 당시 난해함과 독특한 무대형식으로『오태석 희곡은 오태석밖에는 연출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 계기가 됐던 극의 난해하고 얽힌 구조를 후배 연출가 이윤택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관심거리였다.
이윤택의 『비닐하우스』는 이씨 특유의 리듬과 에너지로 충만하다.격렬한 몸짓,화려한 극전환,높이와 넓이를 모두 활용한 動線등은 관객들의 호흡을 한 순간도 극에서 떨어지도록 놓아주지 않는다. 오태석流의 치열한 문제의식도 신명나는 놀이극으로 풀어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윤택의 감각이 돋보이는 점이다.
비닐하우스 붕괴후 세상밖으로 돌아가는 주인공과 아이의 마지막장면엔 실낱같으나마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
철저한 현대의 비극으로 지어진 오태석의 『비닐하우스』는 이씨에 의해 희망의 상징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신뢰의 회복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비극의 깊이를 반감시켰다는 아쉬움을 갖게한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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