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회사 「니코틴2배」 담배 제조/유전공학 악용 우려가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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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약성분도 유전자 조작통해 쉽게 추출
유전자를 조작해 위험스런 공룡을 만드는 것은 『주라기 공원』같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유전공학을 불순한 의도로 활용하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있긴 했지만 『설마 그럴리야 있겠느냐』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한 담배회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니코틴 함량이 두배이상 많은 담배를 비밀리에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1일 미 식품의약국(FDA)데이비드 케슬러 국장이 하원 청문회에서 담배회사인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사(B&W)가 유전공학을 이용해 니코틴 함량이 많은 엽연초「Y1」을 개발했다고 증언함으로써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
기술적 측면에서 세계의 담배회사들은 공통적인 두가지의 고민을 안고 있다.▲니코틴 함량을 줄이면서도 ▲맛은 더좋게 해야하는,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부심해온 것이다.그러나 애연가들 입맛이 변하지 않는한 이는 영원히 풀릴수 없는 과제다 .니코틴 함량과 담배 맛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B&W사는 겉으로는 니코틴 함량이 적은 엽연초를 사용하는 것처럼 하고선 실제로는 유전공학을 이용해 품종을 개량함으로써 교묘하게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엽연초의 유전자를 조작해 니코틴 함량을 많게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유전공학연구소 유장열박사는『엽연초는 여러 식물중 유전자 조작이 가장 쉬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홍주봉교수는 89년 유전공학을 이용,담배잎에서 사람의 인슐린을 얻는 기술까지 개발한 바 있다.
유박사는 이번 니코틴 함량 조작도 기본적으로는 인슐린 유전자를 담배 세포에 삽입하는 방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즉 니코틴 생성과 관련한 유전자를 「플라스미드」라 불리는 운반유전자에 삽입한후 세균의 일종인 「아그로박테리움 」등을 이용해 엽연초 세포에 주입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그러나 이같은 유전공학 기술외에도 재래의 육종기술이 사용됐을 수도 있다.이는 잡종강세의 원리를 이용,엽연초를 거듭 교배시킴으로써 니코틴 함량이 많은 엽연초를 얻는 것이다.
B&W사는 유전자 조작외에도 니코틴의 혈관흡수를 촉진시키기 위해 담배에 암모니아를 다량 첨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서울대의대 박찬웅교수(약리학)는 니코틴과 같은 알칼로이드 계통 물질은 체액내에 암모니아가 녹아있으면 혈액으로 흡수가 잘 된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유전공학기술로는 미생물 하나를 만들기도 어렵다.그러나 예컨대 코카인이나 아편등의 마약성분을 유전자조작을 통해담배등 다른 식물에서 얻는 것은 저명한 유전공학자 손을 거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엄청난 부를 축적한 남미등의 마약조직이 유전공학을 불법적으로 이용한다면 마약과의 전쟁은 한층 어려워질 것이다.〈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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