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6.25 44돌 이복순씨 증언 책으로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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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해로 6.25발발 44주년을 맞았다.북핵문제로 전쟁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6.25의 전말을 뼛속 깊이 체험한 한 여인의 비장한 증언으로 구성된 소설이 中央日報에의해 출간돼 눈길을 끈다.李福順씨가 구술하고 작 가 金정섭씨가쓴 소설 『떨어진 꽃은 줍지 않는다』는 인간과 인간성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전쟁은 그 그림자조차 이땅에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북에서 태어나 14살때 부모를 따라 중국 길림성으로 이주한李씨는 중국공산당에 들어가 육군병원부속 간호원양성소를 마치고 47년 동북인민해방군에 배속된다.다시 조선인민군 제5보병사단으로 편입된 李씨는 간호장교로 최일선에서 3년간 6.25를 치른다.휴전후 김일성주간호군관.인민군총사령부 간부부녀당조직소조 세포위원장등 고위 당직 생활을 하던 李씨는 그러나 종파분자로 몰려 강제노역을 당하다 62년 중국으로 탈출했다.중국문화혁명 때도 수난을 당했던 李씨는 현재 연길 시에서 노년을 홀로 보내고있다. 일제의 수탈에 못견딘 만주로의 유랑,가슴 설레던 조국해방전선에의 투입과 전쟁의 참상,권력 상층사회와 숙청,중국으로의탈출과 문화대혁명에 따른 수난등 기구했던 삶은 李씨 개인으로 끝나지 않는 우리 현대사의 상징이다.
작가 金정섭씨가 李씨를 처음 만난 것은 92년 3월 서울에서.파란만장한 체험을 지닌 북한 여군관이 북한 정보원들의 눈을 피해 연길에 숨어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金씨가 오랜 추적끝에李씨를 찾아내 서울로 초청했다.
처음 李씨는 좀체 입을 떼려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지루한 설득 과정이 되풀이됐다.그러다 어느날 李씨는 펑펑 눈물을 흘리며『내 다 털어놓갔소』하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李씨의 증언에 기초해 金씨가 2년간 집필한 『떨어진 꽃은 줍지 않는다』는 원고지 2천8백장분량의 전4권.전선을 따라다니며 체험했던 6.25의 실상이 인민군의 시각에서 그려지고 있는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또 6.25에 얽힌 북한 권력층의 움직임과 암투도 생생히증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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