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6.25 44돌 한반도안보 전망-브루스 커밍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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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44년째 되는 해다.또 올해는 미국인들이 아직도 한국전의 비참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해이기도 하다.지미 카터 前미국대통령은 平壤에서돌아왔을 때 TV인터뷰에서 그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또 다른 한국전이 발발하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오늘날 일본 지도자들은 종종 과거 아시아인들에게 저지른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며 전후 최고의 총리로 불리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는 일본경제부흥에 큰 도움이 됐던 한국전쟁을『신으로부터의 선물』이라고 하기도 했다.이상은 두개의 거대한 경제집단이 불행한 민족에 대한 인식이 결핍됐을 때 나타나는 불행한 사례다.
왜 이런 것들이 북한 핵문제와 상관있는가.그것은 바로 더이상양립할 수 없는 美.日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한번 한국이 희생될수 있는 위험을 무릅써야 함을 뜻한다.일본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미국은 남북한에 상관없이 한반도에 핵이 쥐 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만약 일본이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45년이래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온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실제로 일본이 핵을 가진다면 워싱턴-東京간에「지구촌 헤게모니」를 놓고 다시 알력이시작될 것이다.이것이 바로 북한핵 대화 속에 숨은 강대국 이해대립의 핵심인 것이다.
실상은 이렇다.북한은 애시당초 사용 가능한 핵무기 보유와 상관없다. 생산에 성공한다 해도 사용할 수 없다.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핵폭탄을 제조하는데 비밀이란 없다.무기화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폭탄으로 전용해야 하는데 이는선진국으로서도 버거운 빈틈없는 기술력과 복잡한 기계장치 가 수반돼야 한다.
이는 결국 폭탄이 터질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平壤당국이 이러한 기술을 터득했다하더라도 폭탄이 제대로 완성됐는지 핵실험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수는 없을것이다.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유일한 경우인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의 경우 한쪽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없었다.平壤이 미국의 핵보복을 두려워해 왔음이 틀림없었던 것처럼 양측이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경우 대 량 보복이 두려워 핵무기를 누구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핵무기 보유여부에 대한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적대국이 공격을 재고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모호성의 전략은 이스라엘의 핵억지전략에서 지난 25년동안 훌륭하게 적용돼 왔다.이러한 억지전략은 적대국에 둘러싸여있는 작은 나라로서는 다음 두가지 이유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될 수 있다.
하나는 핵무기 보유를 공표하는 것이 적대국 정치인들에게 모든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핵무기를 획득토록 압력을 가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모호한 정책을 펴는 것이 좋다.다른 하나는 작은 나라가 생존 가능성을 말살하는 보복 공격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실제 핵무기의 사용은 억제될 것이다.따라서 조용하고 모호한 억지전략이 작은 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최선이다.
북한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핵무기 보유여부가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모호성 전략을 통해 워싱턴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또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평양은 지난 89년 寧邊 원자로에서 분리한 플루토늄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것으로 재처리되었는지의 여부를 밝혀줄수 있는 핵사찰을 매우 지속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논리를 동원해 거부해왔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지난 64년 中國의 핵무기가 힘의 균형을 바꾸지 못한것처럼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지적돼야 한다.대신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蘇聯 붕 괴 이전에 한반도에 존재하던 핵무기 공포를 되살릴 뿐이다.
따라서 한국전 44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전쟁의 지울수 없는 고통을 기억하고 되씹어 보는 것이다.다시는전쟁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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