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의오늘>세계史 주역 되찾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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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럽연합(EU)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그리스 코르푸섬은 유서깊은 옛 요새로 과거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유럽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그리스 북서쪽에 위치한 넓이 5백70평방㎞,인구 10만8천명의 코르푸섬에서 EU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곳은 생 미셸宮으로 그 웅장함은 화려했던 중세의 유럽을 말해주는 듯 하다.
24일 오전 EU 회원국 정상 12명을 비롯,이번에 가입 서명한 오스트리아.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등 신규 회원국 정상 4명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등 유럽 지역의 정상 17명이 옛요새라는 의미의「파레오 프루」城에 모여 러시아와 의 경제협력을위한 동반자 관계를 규정한 문서에 서명했다.20세기 초부터 유럽의 두려움이었던 러시아를 이제 동반자로 끌어 안은 것이다.러시아로서도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어서 서로의 이 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통합유럽」은『제로섬 사회』의 저자 레스터 더로의 지적에서처럼21세기 經濟大戰의 최후의 승자로 지목되기도 한다.유럽각국이 EU에 걸고 있는 기대는 이곳에 파견된 각국의 기자수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취재 기자들의 관심은 자연히 앞으로 EU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에 모아지고 있다.25일 새벽에 열린 집행위원장 선출에서 12개국중 8개국이 벨기에의 장 뤽 드하네총리를 지지했으나 전원일치를 의결 요건으로 하고 있어 선출에는실패한 상태다.
獨逸.프랑스 등이 지원하는 드하네를 비롯,이번 선출에는 루트루버스 前네덜란드총리.리언 브리턴 現부집행위원장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유럽이 새로운 국가형태인 EU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요인이다.美國.日本등 역외국가로부터의경제공세에 시달린 유럽이 EU를 통해 행정적 통합과 함께 경제적 통합을 이룸으로써 세계사의 전면에 다시 나 서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회담의 초점도 지난해 12월에 열렸던「벨기에회담」에 이어 EU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모아지고 있다.24일 논의된주내용은「범유럽망 건설」과 통신분야의 민영화문제.정상들은 뒤떨어진 유럽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프라 건설 및 효율성 증대를 선결과제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세계최대시장을 바탕으로독일의 기술력,프랑스의 디자인,영국의 자금력이 결합되면 무서운힘이 발휘돼 다른 경제블록을 능가하리라는 주장이다.
유럽연합은 이를 위해 금세기 말까지「하나의 통합」을 창설하고공동외교.안보체제를 달성,정치적 공동체로 까지 발전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코르푸=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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