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가능”무엇을 의미하나/북­미관계개선 빠른진전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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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단계회담 일정 등 거론 “해보는소리” 아닌듯/클린턴도 정치적 위기 벗는 극적효과 기대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이 24일 미국 TV와의 회견에서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북한 김일성주석간의 북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비친 것은 현재 북한핵을 둘러싸고 북―미간에 대화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
크리스토퍼장관은 이날 CNN의 시사프로 앵커맨 체스노가 북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북한이 지금까지 양국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든 바가 없었다며 그러나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 이같은 기초를 마련할 경우 정상회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장관은 다음달초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북한―미 3단계 고위급회담 안건에 최대 이슈중 하나인 북한―미 관계정상화가 들어있다고 얘기했다.크리스토퍼장관의 이날 회견은 표현 자체로는 북한―미정상회담이 양국 국교정상화 이후라는 분명한 단서를 붙임으로써 현실적으로는 별다른 관심을 끌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판문점 실무접촉이 열리고 있고 뉴욕에서는 3단계 고위급 회담 일정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데 이어 회담 하루 일정까지 논의되고 있어 이같은 한국·미국에서의 분위기를 통해 볼 때 크리스 토퍼장관의 이날 발언은 오비리낙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발언은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 여부와는 별도로 이제까지 북한―미 상호간의 뿌리깊은 불신이 북한 핵문제를 악화시켜온 점을 감안할 때 이제 미국이 북한을 신의있는 협상 파트너로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양국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국측의 의지를 보이고 북한에도 이를 촉구한 것으로 보여 양국 관계개선이 예상보다는 빠른 속도로 진전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김일성주석과 마찬가지로 클린턴대통령쪽에서도 고려해 볼만한 사안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해 집권이후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국내 보수파들로부터는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또 진보파들로부터는 우유부단하다는 비아냥을 듣는등 양측 모두로부터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김일성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조만간 이루어진다면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급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올해 11월 의회 선거를 맞아 민주당이 공화당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입장에 놓여 있어 김일성과의 전격적이고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이미지 개선에 효과 극대를 노릴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일성은 카터의 평양 방문이후 미국 TV및 신문에 연일 모습이 방영됨으로써 미국 국민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얼굴이 되고 있어 북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미국민들 사이에서 카터이상의 인기 상승을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이 최근 평양 방문후 워싱턴에서 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직접 대면하지 못한 클린턴대통령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에게『아직 다 하지 않은 말이 있다』 『이 말들은 꼭 클린턴과 크리스토퍼에게만 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있다.
이같은 카터의 발언이 의미하는 정황을 볼 때 카터의 「다하지 못한 말」이 김일성의 대클린턴 정상회담 제의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과연 북한―미 정상회담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아니면 크리스토퍼의 대북한 유화제스처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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