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13.골프.예능유학(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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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東京都의 야마노(山野)미용예술단기대학 1년에 재학중인 黃貞淑양(24)은 요즘 토털 패션 전문가의 꿈에 부풀어 있다.
『의상에서 미용.화장까지 여성이 외부로 표출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루는 새 장르를 개척할 수 있으리란 자신이 생겼어요.』 서울 K여고를 졸업하고 재수를 시작했다가 유학온지 3년6개월. 「대학에 낙방하고 도피유학을 간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건너올 때만 해도『기약없이 재수를 하느니 소질에 맞는 유학을 해보라』는 언니의 격려를 시큰둥하게 흘려 들었다. 유학하면 으레 박사학위나 따러 가는「학구파」들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첫 1년을 학원에서 어학연수로 보낸 그녀는 신주쿠의 패션전문학교인 東京모드전문학교에 입학한뒤 자기의 영역이 따로 있었음을깨닫게 됐다.
『2년동안 패션과 화장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평소 관심도 많았지만 막연히 알고 있던 부분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오더군요.국내에선 실습만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이론과 그 분야의 역사까지 공부시키거든요.』 黃양은 거의 수석을 넘볼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東京모드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올 봄小논문과 어학능력시험을 거쳐 미용.패션분야로 일본안에서 손꼽히는 지금의 2년제 야마노대학에 진학했다.
『여자가 아무데나 가면 되잖니』라며 국내에서의 대학 진학을 권유하던 부모의 말을 듣고 눌러앉았더라면….구내식당에서 만난 黃양이 혼잣말을 되뇐다.
그녀는 연간 1백30만엔(약 1천만원)의 학비와 비싼 물가로인한 생활비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충분히 보상받을수 있으리라고 자신한다.
음악 유학의 본고장인 독일 쾰른음대에서 만난 金宣希양(18). 『재능만 있으면 큰 돈이 없어도 최고의 거장들로부터 지도를받을 수 있어요.서울에서 대학교수에게 1주일 한시간 레슨에 15만원씩 지불했던걸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요.』 서울예원여중 3년때 조기 유학을 와 드물게 정규교육과정을 밟게된 金양은『음악공부 이외엔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학비도 국고에서 지원돼 거의공짜에 가까운데다 대학수업 자체가 개인레슨 형태로 운영돼 별도의 레슨이 필요없고요』라고 말했 다.
설령 최고 교수에게 개인레슨을 받더라도 1백~1백50마르크(5만~7만원)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학 운영이 대부분 국가에 의해 이뤄지는 유럽의 경우 능력만뛰어나 정규대학에 입학하면 우선 학비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 최고급 예술학교인 음악의 파리국립음악원(CNSM),미술의 에콜 보좌르,의상.건축등 응용예술의 국립장식예술대학(ENSAD)등도 학비는 전액 국고지원이며 연간 1천프랑(15만원)정도의 수수료만 내면 그만이다.
『잘못되면 겉멋만 드는게 예능유학이에요.』 ***25명중 22명 한국학생 파리의상조합학교(ECSCP)에 다니는 파리유학 4년째의 尹모양(24)은 요즘 자기가 서울에 있는지,파리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라며 말을 꺼낸다.3년과정의 이 학교 전체학생2백여명중 50여명이 한국 유학생이고 올 봄 신설된 2학년 편입반 25명중엔 무려 22명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
『저희 반은 25명중 9명이 한국 학생인데 프랑스 강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애는 한두명 뿐이에요.과제물이 뭔지조차 몰라 서로 토막토막 이해한 내용을 짜깁기해 대충 해나가니 엉망일수밖에요….불어로 발표해야 하는 과제는 한글로 작성해 한국인 번역사에게 쪽당 1백30프랑씩 주고 맡겨버려요.』 그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원에서조차 언어능력시험을 치러 수강 능력이 없으면 걸러냈지만 요즘은 돈맛을 알았는지 무작정 입학시키고 있다며『프랑스 유학이라는 학벌이나 따려는 상당수 한국인들이「꿩대신닭」이라며 학원으로 몰려든다』고 했 다.
어느 분야보다 적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예능유학.
그러나 뚜렷한 목표나 의지없이 덤벼들다간 아무 소득없이 돈과세월만 날리게 된다는「유학수칙」은 예능분야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다는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들이다.
〈吳榮煥.高大勳기자〉 …………………………… 다음 회는「모일 곳과 쉴 곳」(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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