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월드컵 체력좋아야 경기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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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뚜껑이 열린 제15회 월드컵은『무더위가 이번 월드컵의 새로운변수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들어맞고 있다.
제15회 미국월드컵은『남미와 유럽이 여덟번째 우승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이 빗나가고 유럽세가 남미세를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양상이다.
최근 세계축구의 흐름은 개인기위주의 남미축구와 체력.조직력을중심으로 한 유럽축구의 혼합형인 콤팩트사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남미축구가 고집스러울 정도로 개인기와 쇼트패스만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전통스타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을 듣고 있다.
보통 한 경기당 선수들이 움직이는 거리는 포지션별로 약 3천m에서 1만5천m정도.그러나 월드컵처럼 치열한 승부에서는 이보다 많은 거리를 뛰게된다.
따라서 무더위로 체력소모가 더욱 많아진다.
더욱이 연일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속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없다. 대회초반 체력을 위주로 한 유럽세가 개인기위주의 남미세를 압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위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평소 습관대로 볼을 차거나 움직이는 경향이 높아 남미와 유럽이 각기 몸에 밴 전통적인스타일로 경기운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럽은 포지션별로 역할을 분담한 후 시원한 오픈 공격중심으로경기를 운영하고 있고,남미는 개인기와 쇼트패스를 위주로 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몸이 둔해진 상태에서는 개인기가 잘 먹히지 않을 뿐 아니라 쇼트패스의 중간차단이 훨씬 잦아진다.
이것이 남미축구가 고전하게된 원인이다.
게다가 높은 습도와 잔디의 길이가 긴 것도 체력소모를 많게 해 체력이 우세한 유럽축구가 위세를 떨치는데 한몫 거들고 있는것이다. [보스턴=全鍾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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