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일기-달리고 또 달리다 쓰러지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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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왠지 잠이 오지 않는다.
지금은 오전4시.모두가 잠든 시간이지만 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날을 맞기까지 어금니가 닳도록 이를 악물었고 근육이 끊어질듯한 체력훈련도 이겨내지 않았던가.
16강 진출의 길목이 될 내일 볼리비아와의 경기를 치를 운명의 폭스보로스타디움은 한국축구의 새지평을 열고 내 인생의 꼭지점이 되어야만 하는 장소다.
온 힘을 다해 승리를 위해 달리고 또 달리다 쓰러지리라.
그러나 마음 한편으론 우리 골문으로 쇄도해오는 볼리비아선수들의 검은 형상에 가슴 답답하고 불안하기도 하다.그럴때마다 두주먹 불끈쥐고 우리가 흘린 땀방울과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등을 떠올리며 승리를 다짐하곤 한다.「그라운드에서 죽겠다 」는 우리들의 결의는 승리의 보증수표가 아니겠는가.
축구와 인연을 맺은지 어느덧 15년.
지금 이시간에도 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계실 아버지(洪仁禹)와 어머니(姜浩蓮)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각오를 다져본다.월드컵16강을 향한 전국민의 염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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