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단체가 “실체인정” 요구/철도 기관사들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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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노대·지하철과 손잡고 입지강화 “총력전”/공사화전 5천명 감원 뜬소문 불안감 자극
국민의 교통권을 볼모로 27일 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지루하게 이어지던 전기협사태가 결국 공권력에 의한 농성 해산과 강제연행,철도의 부분파업을 불러들임으로써 철도가 엄청난 후유증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협은 88년의 철도파업이 강제진압된후 당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철도노조 집행부를 어용으로 규정하고 민주노조 건설등을 목표로 89년5월 전국 기관차 분회장 협의회를 만들면서 태동됐다.
91년 6월 전기협으로 재편된 이 단체는 올 1월 조직강화 방안의 하나로 검수원을 회원에 받아들이기 시작,현재 기관사5천3백여명(일반직 1천여명)대부분을 포함해 약 7천여명의 회원(철도청 추산 5천8백명)을 거느리고 있는 철도노 조내의 핵심 압력단체로 등장했다.
그러나 전기협은 현행 노동관계법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어 법외단체일 수 밖에 없고 이같은 조직상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강경한 투쟁과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전기협측이 협상과정에서 자신들을 협상상대로 인정하라거나 노사협상에서 전기협간부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88년 파업후 얻어낸 것이 수당 몇만원을 올려 받은게 고작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하루 8시간 근무제 ▲88년 해고자3명 복직등 철도업무 구조및 인원 여건상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도 이면에서 자신들을 교섭상대로 인정하라는 전술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철도청측의 판단이다.
더욱이 올들어 3월 서울및 부산지하철이 전국지하철 노조 협의회(전지협)를 구성하는등 궤도노동자들의 연대 투쟁 분위기가 조성되자 협상으로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파업을 배수진으로 적극 공세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일부 검수원등이 지지세력으로 참여하는등 투쟁력이 향상된데다 전국노조 대표자회의(전노대)의 지원다짐으로 인한 자신감 향상이 큰 버팀목이 됐다.
또 96년1월 철도공사화를 앞두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5천명의 직원을 감축한다는 소문이 돌아 기관사들의 지지를 얻는 요인이 됐다.
전기협은 14,15일 회원 찬반 투표에서 파업을 압도적으로 결의하자 철도청은 18일 철도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빌려 철도현업 종사원들의 처우개선책을 발표했다.철저하게 전기협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이었다.
이에대해 전기협은 개선책이 수당을 인상하는데 치중,실질적으로 근무시간을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27일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그동안 전기협을 상대해 오지 않았던 철도청은 22일 오후 전기협에 대해 공식 대화를 제의,이정구기획관리관등 사측 대표가 오후 8시부터 세시간동안 서울역 귀빈실에서 전기협 대표들을 기다렸으나 이들은 신변안전등을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공식대좌가 무산됐고 결국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해결방법을 불렀다.〈김석기기자〉
□철도사태 일지
▲4월23일∼5월23일:전국기관차사무소 지구별 투쟁결의대회 개최.
▲5월3일:전국기관차사무소 서울지구 중앙투쟁결의대회 개최.「비상대책위원회」결성.
▲5월24일:전기협 서울역에서「해직자 원상복직과 8시간 노동제 실시를 위한 철도원 전진대회」개최.
▲5월26일:철도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 전기협 회원 난입해 유인물을 뿌리며 회의진행 방해.
▲5월30일:전기협 집행부 노동부에서 기자회견.8시간 노동제등 주장.요구안 관철되지 않을 경우 6월중순이후 단계적 파업강행 의사 밝혀.
▲6월2일:전기협·서울지하철공사 노조 서울종로3가 종묘공원에서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집회.교통부와 철도노조를 어용노조로 규정,거부한후 민주노조 결성.지하철·철도공동으로 총 파업투쟁 결의.
▲6월4일:전기협·부산교통공단 노조 부전역 광장에서 공동집회.6월2일의 결의사항 재결의.
▲6월8일:노동쟁의 발생신고.
▲6월10일:전국 전기협 각 지부별 비상총회 개최.
▲6월14∼15일:파업을 포함한 투쟁방침 찬반투표 실시.
▲6월16일:파업을 포함한 투쟁방침 찬반투표결과 찬성률 90%.전기협·서울및 부산지하철 공동 기자회견.각 지구별 철야농성돌입. ▲6월17일:전기협 파업투쟁시 조합원 행동지침 시달.
▲6월20일:전기협 특별 단체교섭 재촉구 공문접수.전기협과 전지협 공동으로 합동 기자회견.
▲6월21일:전국 기관차 사무소 총 3백73명 농성.
▲6월22일:전기협 집행부 농성장 전원이탈.전노대,철도청과 전기협의 교섭창구 마련주장 기자회견.
▲6월23일:전국 14군데 농성장에 경찰병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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