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상 손바닥보듯 노출/행정전산망 불법유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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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료관리 조직적 통제방법 없어/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정보장사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전산자료가 대량으로 불법 유출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적발된 기관들 외에 정부 각 부처·정보기관은 물론 웬만한 공공기관에선 주요 자료를 대부분 전산망에 입력,관리하고 있어 이들 정보 역시 어느정도 유출됐는지 알 수 없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검찰에 적발된 유출 전산망자료는 종합토지세 1백10만건,소득세 1백10만건,국민연금 가입자 자료 22만건,신용카드 가입자50만건등 무려 2백92만명에 관한 것으로 이들의 주소·주민등록번호·성별·학력·카드 사용액·소득세 납부현황등 재산 관련 모든 사항이 들어있다.
따라서 특정 상품의 판촉등과 관련,집에 날아드는 각종 안내서·광고지등이 어떻게 자신을 지목해 배달됐는지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던 대부분 국민들의 의문이 풀린 셈이다.
이들 각종 정보를 연령·계층·지역·재산별등으로 조합할 경우 특정 기업의 주요 공략 대상을 얼마든지 명단화할 수 있다.특히 이처럼 유출된 개인 정보가 기업·백화점등의 판촉뿐 아니라 지난대선땐 여·야 정당의 선거전에 활용됐던 사실이 드러나 정치권조차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정보대행사의 경우 2천만명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대선 당시 정당에 직접 찾아가 연령·계층·지역·소득별로 선거권자를 분류,각종 선거홍보물을 발송해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1백20개 정도로 추산되는 정보대행사중 1백여개회사는 단순 우편대행업무를 취급하고 나머지 20개 업소가 이른바 정보장사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회사들이 국가기관등으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방법은 과감하다.국세청및 서울시의 과세자료를 관리책임자 도움으로 마그네틱 테이프째 복사,구입해 사용해왔고 이 자료를 여러 기업에 판매한뒤 다른 정보대행사에도 50만∼1백만원에 다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전산자료 종류및 각종 과세자료는 물론 자동차 소유자,신용카드및 각종 회원카드 자료,세대주 자료,전국 판검사·전임강사 이상 교수·언론인·기업간부·회계사·탤런트·아파트 부녀회장등의 개인 정보가 총망라돼 있을 정도다 .
이들 정보의 구매자 역시 건설회사·백화점·정당·정치인·골프회원권 판매회사·특수대학원을 운영하는 대학등 다양하다.
이번 수사로 ▲정당·대기업들이 불법 인출된 자료를 범죄의식 없이 사용해 왔고 ▲전산자료 관리가 한사람에 의해 이뤄져 조직적·기술적으로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감독기관이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등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정부 주요기관과 전산망을 활용하는 기업등은 첨단 컴퓨터범죄인 정보유출사범으로부터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자체 점검과 함께 통제·감독기능에 대한 보완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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