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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현장>8.AT&T벨 연구소-굵직한 특허 하루 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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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특허.노벨상.국가과학메달.국가기술메달….AT&T벨연구소에는 이런 말들이 흔히 따라붙는다.벨연구소는 지난 25년 설립이래 지금까지 2만3천건이 넘는 특허를 쏟아냈다.이는 평균 하루 한개꼴로 컴퓨터.광통신등과 관련된 굵직한 특허들이 이 연구소에는즐비하다.벨연구소는 또 클린턴 데이비슨(37년)을 필두로 존 바딘.월터 브래튼.윌리엄 쇼클리(56년),필립 앤더슨(77년),아노 펜지아스.로버트 윌슨(78년)등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배출했다.모두 물리학상으로 물리에 관한한 세계최고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미국의 노벨상이라는 국가과학메달도 5개나 받았다.
또 기술분야 최고의 권위를 가진 미국 국가기술메달도 네차례나 수상했다.
벨연구소는 기초과학에서 상용기술까지 과학기술의 전방위에 걸쳐이처럼 최첨단의 연구개발력을 과시하고 있다.『세계의 내일이 바로 AT&T벨의 오늘』이라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AT&T벨 홈델연구소의 홍보책임자인 로버트 포드씨는 『AT&T는 미국인들이 가장 아끼는 기업』이라며 『AT&T에 대한 신뢰는 곧 벨연구소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그는 AT&T나 IBM.휴렛팩커드.NEC같은 정보통신 기업을 포함 한 현대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연구개발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T&T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중 하나다.지난해 말 기준 AT&T의 미국내 주식소유자는 2백40만명으로 수많은 상장회사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미국민 25가구중 1가구가 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AT&T를 정상의 기업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벨연구소의 연구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많은 사람들이 벨연구소는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남다른 연구소라고 말하고 있다. 벨의 유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인사제도다.벨은 다른 연구소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인사제도를 갖고 있다.일종의「自律인사」가 그것이다.
매년 2~3월이면 벨연구소는 대규모 자율인사로 술렁인다.대개의 프로젝트가 일단 종료되는 이 시기면 벨연구소의 전자우편통은「구인.구직광고」로 불이 난다.물론 공개적으로 추진되는 연구소내의 광고다.연구책임자들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 이기에 바쁘고,연구원들은 장래성있는 연구파트를 물색하느라 정신이 없다.
연구원들의 인사에 인사부서의 관여는 전혀 없다.연구책임자와 연구원의 1대1 교섭이 끝난후 서류만 작성해주면 된다.
홈델연구소의 한국인 연구원 池永朝박사(통신망신호방식)는 89년 입사후 지난 91년 연구부서를 한번 옮긴 경험이 있다.
池박사는 『연구역량을 키울수 있고 나의 전공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서가 있다면 다시한번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벨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처럼 2~3년에 한번씩 부서를 옮기는것이 보통이다.『적성에 맞는 연구를 하겠다』며 부서를 이동하는사람도 있지만 상사와 마음이 맞지않아 옮기는 사람도 있다.또 연구비가 많이 지급되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트는 사람도 있다.어떤 경우든 판단은 연구자가 알아서 한다.팀장 혹은 팀원과의불화.갈등을 줄이는 것도 연구의 효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포드씨는 설명한다.
자율인사가 정착된 벨연구소에서는 상사가 부하 연구원의 부서이동을 막을수 있는 권한이 없다.연구원이 지망한 부서에서 일단 OK가 나면 어떤 경우든 8주이상 붙잡아둘 수 없도록 못박아 놓고 있다.부하직원을 절대로 내보낼 수 없을 경우 는 서면으로소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벨연구소는 또 효율적인 연구관리로도 정평이 나있다.홈델연구소의 경우 지난 92년까지 연구원의 고과를 연구결과.논문발표수등에 따라 1등에서 꼴찌까지 일일이 순서를 매겼다.그러나 지난해초부터 이같은 평가방식을 5단계(일부 부서는 3 단계)로 대폭축소했다.개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최근의 연구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대신 연구개발품에 대한 만족도를 연구원의 입장에서는 1차 고객이라 할 수 있는 회사내 영업부서에 맡겼다.개발기일의 준수여부,제품의 하자등 30여개 항목으로 이뤄진 고객평가는 연구원 개개인의 고과와는 큰 관계가 없지만 차기 연구개발 비 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이 평가에 바싹 긴장한다. 존 메이요 홈델연구소장은 『기업연구소는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탄력성이 생명』이라며 연구조직의 유연성을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홈델(美뉴저지주)=金昶曄특파원] 다음회(9회)는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편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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