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로 거듭나는 중국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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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포인트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피는 28일 1946을 기록하며 9월 장을 마감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파편을 맞고 중환자실로 실려갔던 증시는 8월 17일 1630선을 단기 저점으로 한 달 반 만에 18%가량 회복했다. 조정기를 틈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반등세가 이어질지, 어떤 업종과 종목이 시장을 끌고 나갈지에 쏠려 있다. 올해 한국 증시는 중국의 기관차 성장세를 등에 업고, 미국의 금융시장 변화에 반응하며 움직여 왔다. 한·미·중국의 투자 기상도를 동시에 올려놓고 연결고리를 찾으면 의미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올 들어 중국 기업 가운데 주가상승률 1위는 차이나 코스코 홀딩스가 거머쥐었다(홍콩상장 포함). 연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436% 급등했다. 코스코는 중국 최대의 해운업체를 자회사로 뒀다.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의 기업들이 쏟아낸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고, 나라 밖에서 수입자재를 실어나른 덕에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 회사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또 중국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철강업체인 안강스틸도 올해 151% 올랐다. 은행·보험사·증권사를 거느린 차이나 에버브라이트 역시 207% 올랐다. 이들은 모두 상승률 20위 안에 포함된 종목이다. 가파르게 상승한 중국 증시를 이끈 ‘대장주’였다.

이들과 유사한 비즈니스를 하는 형제 종목들도 더불어 급등했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이 분석한 결과, 올해 중국에서 주가가 많이 뜀박질한 20개 주식 중에서 항공·해운 같은 운송주가 6개에 달했다. 철강·광산 종목도 6개가 이름을 올렸다. 업종별로 ‘소재(철강·화학), 운송, 내구소비재, 자본재(조선·건설)’ 같은 업종이 메달을 휩쓴 것이다. <그래픽 참조>
 
중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한국 경제도 이에 강하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중국 물동량 증가에 따른 각국의 선박 주문 호조로 현대중공업(올해 상승률 234%)과 삼성중공업(117%) 같은 조선주가 상승률 20위에 나란히 들었다.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 POSCO는 최근 영원한 1등 같았던 삼성전자 주가를 추월하면서 대장주에 등극했다. 한국에서도 자본재·소재 업종이 수익률 베스트에 오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도 중국 덕을 보긴 마찬가지였다. 에너지·소재가 업종별 상승률 1, 2위에 올랐다. 중국시장을 면밀히 관찰해온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의 강방천 회장은 “중국과의 맞물림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까진 용에 올라타는 전략이 먹힌다는 얘기다.

그는 한 가지 포인트를 귀띔했다. 먼저 위안화와 중국 내수주였다. 2005년 7월부터 꾸준히 절상돼온 위안화는 중국 내수기업들의 원가비용을 낮추고, 동시에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증가시키며 내수를 계속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달러당 7.5위안 수준인 위안화가 7위안 수준으로 가기 전까진 내수 업체가 중국 증시에서 계속 부각되고 각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성장 주도권이 민간소비재로 바뀌면서 자동차 같은 종목이 조명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부사장도 “중국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점에 주목하라”고 했다. 지금까진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지만 소득이 궤도에 오르면서 ‘소비의 주체’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그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인들이 기본 의식주를 해결하면 각국의 석유화학(옷)·가전업체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요즘 중국에선 먹고 입고 즐기는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젠 ‘돌다리도 두드려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관련주는 당장 그림이 잘 나오지만 너무 많이 오른 게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은 주가수익비율(PER)이 40배에 이른다. 수익에 비해 주가가 40배 높다는 뜻으로, 시장 평균인 13~14배로 맞추려면 지금보다 3배 많은 이익을 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이런 그림이 언젠가 주식시장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한국이 중국에 대해 구체적인 업종·종목으로 다리를 놓았다면, 미국과는 돈줄기라는 시장의 큰 흐름으로 끈을 잇고 있다. 올 들어 뉴욕 증시의 오르내림에 따라 투자심리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변동성을 키운 사례가 그렇다. 2000을 돌파한 코스피지수가 맥없이 후퇴한 것도 미국 집값이 떨어지면서 퍼진 금융부실 바이러스 탓이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인하를 통해 소방수로 나서면서 한숨 덜었고 미국과 각국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지만, 서브프라임 복병은 아직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단 고용·소비심리·내구재판매처럼 가장 최근의 경제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와 서브프라임 타격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3분기 금융회사 실적을 확인해야 증시의 향방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영익 부사장은 미 경제가 연착륙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미국 투자지형도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정보기술(IT)·하드웨어 업종’의 선전이다. 업종별 수익률에서 에너지·소재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이다. 반도체·장비 업종은 5위를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정원 연구원은 “애플과 인텔 같은 회사 주가도 꾸준히 올랐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올해 삼성테크윈을 빼면 상승률 20위 안에서 IT관련 주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도 반도체·통신서비스 업종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꼴찌권을 맴돌았다.

이에 앞서 올봄만 해도 국내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IT주가 본격적인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도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IT부품주 등 그동안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주식이 연말까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종우 센터장은 “판을 크게 보면 2000년에 불거진 IT산업의 공급과잉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고 했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세계적 산업과잉이 있었을 때 구조조정을 마치는 데 8~10년 정도 걸렸다. 따라서 그는 과거 부실 하수처리장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거듭나고 있는 은행처럼 금융주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술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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