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열기 뺨치는 재무부 동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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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월드컵 축구와 재무부-.
언뜻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재무부와 축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매년 봄에 열리는 재무부 체육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축구대회가 치러지면 격렬한 몸싸움끝에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환자들이10여명씩은 항상 나온다.
뿐만 아니라 체육대회를 앞둔 한두달 전부터는 유니폼까지 맞춰입은 각 局別 연습 선수들이 매일 새벽 과천시내 각 국민학교 운동장을 누비는 것은 물론 공중목욕탕들을 꽉꽉 채우곤 한다.
타부처의 눈으로 보면 재무부의 이같은「축구 熱氣」는 극성스럽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론 부러운 구석도 많다.
축구와 체육대회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재무부의 전통이다.타부처와는 달리「모피아」(MOFIA: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와마피아를 합성한 단어)라는 말까지 듣는 재무부의 굳은 결속력 源泉을 이같은「체육행사 熱氣」에서 찾는데 별다른 토를 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것이 재무부 사람들의 일반적인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연례적으로 해야하는 행사 정도로 치부되는 다른 경제부처들의 체육행사와 여러면에서 확실히 차별화 되어있는 재무부 체육행사의국별 경쟁은「코치 모시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金浩감독을 비롯,김진국.정강지.이세연씨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표선수출신 축구인들이 한두번씩은 다「재무부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국.과장이 사무관이나 직원을 뽑을때는 반드시『당신 축구할 줄아느냐』고 물어보는등 축구는 人事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게임에서 이기면 결재도 잘 돌아간다.
이같은 전통에 힘입어 만들어진 모임도 여러가지가 있다.
지난 86년10월 창단된「재무부 축구동호회」(現 회장 姜萬洙세제실장)에는 현재 전체 남자직원(5백70명)중 5분의1인 1백15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지난 2월에는 자체 선발전을 거쳐 이중「베스트 일레븐」을 뽑았는데 이들은『진짜 선수들이 아닌한 국내 어느 직장 팀과 붙어도 자신있다』는 것이 方榮玟감독(외국인투자과장)의 호언장담이다.이 동호회안에는 매일 새벽에 공을 차는「조기회」 도 구성돼 있다. 20~30명 정도가 단골로 나오는데 오전 7시 과천의 정부제2청사앞 잔디밭에 가면 비가 오나,눈이 오나 언제든 이들을 볼 수가 있다.
매년 가을에 열리고 있는「선후배 대항 축구대회」도 재무부의 독특한 전통이다.현직 장관이 후배팀의 주장으로 반드시 뛴다.선배팀은 물론 전직 장관들이 主戰선수다.
재무부의 신참자들은 선배들의「축구狂」적인 태도에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도 결국 축구로 인해 재무부라는 조직에 급속도로 동화된다고 한다.
재무부의 결속력이 때로는 다른 부처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축구는 재무부 직원들의「생활체육」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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