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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비 줄일 수 없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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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시생활의 패턴이 급속하게 고비용구조로 바뀌고 있다.여기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소비패턴이 변화해 쓰고 보자는 풍조의 측면이 있는가 하면,아무리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해도 도시생활자체에 비용이 많이 드는 측면이다.대중교통수단이 적당 치 않아 거를 사게 되고,차가 생기니 외식도 늘게 되고,유원지도 다니게 된다.따라서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가급적 비용이 덜 들게 하는 것도사실상의 소득증가의 효과가 있고 인플레체질을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볼만 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자료를 보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득이 늘고 지출증가도 많아졌다.지출중에는 자가용 승용차구입및 유지비와 외식비,그리고 교통·통신비등의 증가율이 특별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외식비와 식료품값의 상승으로 엥겔계수가 올라가는,일시적이지만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부동산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거비의 지출비중은 안정을 보였는데 상대적으로 자가용의 구입과 유지비는 6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사실은 재삼 음미해볼만한 대목이다.이는 집이 있건 없건 자가용을 구입하는 것이 먼저라는,우리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현상을 확인시켜준다.부동산값이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자기집을 장만하기에는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에 자가용 구입을 미루는 것만으로 내집마련은 어림도 없는게 현실이다.이런 상황에서 내집을 소유하기 보다는 장기임대로 아예 생각을 바꾸는 젊은세대들의 소비패턴은 이전 세대의 기준으로 용훼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집도 없으면서 자가용을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생활에서 자가용을 사지 않고는 못견디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더 문제다.대중교통수단이 충분하거나 직장과 집간의 거리가 가깝다면 그만큼 비용을 줄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이 같은 개념이도시공학이나,생활패턴의 복합화로 나타난다면 소득을 늘리는 것 이상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예컨대 한강다리를 하나 더 건설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교통체증시의 에너지및 시간상의 낭비를 고려한다면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강남·북을 오가지 않게 조절할 방법을 찾아 보고,부분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이 보충돼 준다면 자가용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항낙인파도 위락의 대상을 시내에 공원을 개발해 분산한다면 시민들의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도 지출비용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면 생활의 질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개인,기업,사회전체 할 것 없이 고비용구조의 혁신을 통한 생활의 질적인 개선을 시도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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