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돌아온 카터/여 심기 불편/야 내심 쾌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예상했던대로 혼선만 부채질/여/“「평화적해결」 당론과 일치” 자평/야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방북활동을 마치고 18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돌아옴에 따라 그의 방북에 앞서 신경전을 펼쳤던 여야는 엇갈린 반응속에 또다시 북한 핵문제를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민자당에선 한미간 공조체제에 혼선을 초래했다며 우려를 표시하는 반면 민주당쪽은 큰 성과라고 평가하며 환영하고 있다.
○발언배경 의구심
○…카터전미대통령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민자당의 시선은 곱지않다.민자당은 비록 미국정부가 부인했으나 카터의 「제재중단」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민자당이 걱정하는 것은 「북핵 동결론」의 대두다.카터의 방북이후 더이상의 북핵개발만 막으면 된다는 주장이 전면에 제기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럴 경우 북한 핵개발의 과거는 묻지않음으로써 결국 한두개 또는 두세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기정책위의장(서울성동갑)은 『미국내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의견이 있고,카터도 비슷한 발언을 한 일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의장은 『북한수중에 핵무기가 있으면 그것이 노리는 목표는 미국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미국과는 입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독자입장 촉구도
박정수의원(김천―김릉)도 『이제 정부는 미국에 기대지만 말고 독자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와 미래의 투명성 보장만으로 매듭이 지어지면 앞으로 우리는 핵공포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남북관계는 철저한 북한우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민자당은 카터의 설명결과에 따라서는 정부에 대고 핵정책의 전환을 다시 한번 촉구할 생각이다.
그러나 민자당의 속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카터의 방북활동으로 우리정부가 핵논의에서 배제되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데다 북핵제재 반대를 주창해온 야당의 입지가 넓어지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당직자는 『결국 우리정부가 클린턴과 김일성 양쪽으로부터 농락당한 결과가 됐다』고 씁쓸해 했다.
○표정관리에 애써
○…카터방북을 눈여겨 보아온 민주당은 기대대로 북핵문제가 대화국면으로 반전되자 『그것봐라』며 으쓱한 기색이다.
대화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민주당의 당론이 맞아떨어졌다며 참기어려운 「표정관리」에 애쓰는 중이다.
이기택대표는 18일 『카터의 방북으로 상황이 대화해결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사태진전』이라는 말로 단순히 긍정평가만 했다.
「대환영」「우리 말이 맞았다」는등의 자랑이 나올 법한데도 평상어투의 논평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그만큼 넉넉함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제재일변도의 대북강경 자세를 유지해오다 일격을 맞은 정부의 의기소침에 대한 「위무」도 잊지않았다.
이대표는 『정부가 급작스런 상황반전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사태발전을 반겨 마땅하지 않은가』고 한껏 여유를 부렸다.
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대화노력을 기울인다면 협조할 용의도 있다고 포용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느긋함은 동교동계 의원들에게서 더욱 역연하다.
『이제 제재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북한―미간 3단계회담이 성사된다면 일괄타결이 눈앞에 있다』(한화갑의원·신안),『역시 김일성주석과의 직접대면이 돌파구의 지름길이었음이 입증됐다』(최재승의원·익산)등의 반응들이다.
사석에서 동교동계의원들은 『선견지명』『탁견』『북한문제와 통일문제는 역시 DJ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는등 DJ의 공을 치켜 세우고 있다.
○동교동계 큰 환영
그러나 안그래도 카터방북 자체에 못마땅한 여권을 자극할 경우 DJ에 대한 「2차역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희희낙락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김교준·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