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달러 800원대 환율시대 열리나

중앙선데이

입력

원/달러환율이 연저점(913.0원)을 위협했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5.2원 급락한 915.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7월25일 연저점 913.0원을 기록한 이후 두달여만에 최저치다.

달러화는 지난 19일부터 추석연휴를 제외한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장기간 하락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날 달러화는 917.5원에 갭다운 개장하며 910원대로 확실하게 내려섰다. 919.0원으로 일시 반등했으나 지난 이틀과 달리 920원선 회복에 성공하지 못하고 저점확대의 길로 돌입했다.

업체 매물이 다시 등장한 상태에서 전날까지 910원대를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하던 역외세력까지 매도로 전환하자 장막판까지 일방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그날 종가가 그날 저점을 기록했다.

연저점인 913원은 지난해 12월7일 기록한 지난 해 연저점과 쌍바닥을 이룬다. 따라서 이 선이 무너질 경우 녹아웃 옵션이 촉발돼 손절매물이 쏟아지면서 900원선 붕괴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원/달러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주가 상승과 약달러, 그리고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 부족 등 3가지 변수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미 달러는 FRB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약세로 치닫고 있다. 유로화는 1.42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78.16까지 추락하며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재할인율(5.25%)과 콜금리(4.75%)의 격차가 0.5%포인트로 좁혀진 상태에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을 향해 오르는 점도 원/달러환율에는 하락요인이다. 최근까지 주가와 원화환율의 방향에 상관성이 매우 높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주가상승=원화강세', '주가하락=원화약세'의 공식을 대입할 수 있다.

지난 7월25일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던 원/달러환율이 다음날일 7월26일 상승반전했던 것이나 지난 8월16일 연중 최대폭 상승인 13.6원 폭등한 것이 모두 주가 급락에 따른 반작용이었다.

반면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원화환율이 하락세를 고수했다.

당국의 개입의지가 실종된 점도 원화 강세를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외은권의 외화차입규모를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낮추고 외화대출의 용도를 제한하는 등 달러매수 개입에 힘을 싣기 위한 갖은 조치를 통해 원화환율 상승반전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한국은행(BOK)의 FX스왑시장 개입에 이어 김석동 재경차관의 20일 발언에서 당국의 환율정책 변화를 감지하게 됐다.

당시 상황에서 FX스왑시장 개입은 스왑규모만큼 현물환 매도개입을 단행한 효과를 가져왔으며 920원 초반대조차 우려할 환율이 아니라는 김차관의 발언은 연저점 방어의지가 퇴색했다는 의심을 불러내기 충분했다.

따라서 주가상승세와 약달러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원화 강세는 지속될 일로 보인다. 당국이 설사 연저점 방어 개입을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외부환경이 개입에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시간벌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환율 하락 저지에 골몰하던 외환당국의 정책에 상당한 금이 간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인하로 인해 콜금리 추가인상을 하지 못하게 된 BOK가 통화흡수 차원에서 원화 강세를 유도하는 것으로까지 해석하는 실정이다.

913원의 붕괴여부, 그리고 800원대 진입 여부가 당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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