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는 거리먼 방황 청소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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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가 갈 곳이 어디 있어야지요!』 토요일 오후6시쯤,벌써부터 모인 여고 2학년생들이 록카페로 가기 위해 1만원씩을 서로 갹출해 내놓는다.이러한 광경은 돈암동.방배동.화양리.홍대앞등 소위 카페골목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이들이 헤비메탈과 레게음악으로 광란 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오후 10시쯤 시내 어린이놀이터,아파트단지內 공원,음침해 보이는 곳이라면어느곳에나 남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섞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는 3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중생들이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잡고 있는가 하면,이들에게 접근해오는 이런저런 종류의 차량들로 거리는 또한번 혼잡해지기 시작한다.
일부 청소년들의 모습이겠지만 정말 그들이 갈 곳이 술과 춤이따르는 곳외에는 달리 갈만한 데가 없는가.구미 선진국에 비해 청소년들이 쉬며 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지만,이를 극복하며 나름대로의 멋을 즐길 수 있는 기지야말로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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