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월드컵 축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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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추리작가 존르 카레,그리고 금세기 최고의 마술사로 꼽히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월드컵 축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엉뚱하게도 이들 두 사람의 이름이 국제축구연맹(FIFA)주변에서 슬금슬 금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19일의 94 미월드컵 축구 대진추첨을 며칠 앞두면서부터였다.
르 카레와 코퍼필드의 이름을 월드컵 축구에 끌어들인 것은 FIFA가 자신의 이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 대진추첨을 조작할 수도 있다고 믿는 몇몇 사람들이었다.이들 음모론자들은 르 카레의 소설만큼이나 음모와 술삭가 횡행하는 곳이 축구의 세계이며,따라서 코퍼필드의 마술과도 같은 장난으로 추첨조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수군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축구의 축제 월드컵축구는 참가국 모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항상 뒷말이 무성했다.언제나 주최국의 프리미엄이 예외없이 작용해 16강 진출과 토너먼트 대진이 유리하게 짜여지는 것은 물론 경기장소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되어있다.이번 경우에도 주최국인 미국은 예선전에서 독일·이탈리아·브라질등 전통적 축구강국을 피할수 있게 됐으며 경기장 지역의 이민분포까지 감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부터 대규모 프로축구를 출범시킬 계획으로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번 월드컵 축구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축구붐 조성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그러나 막상 미국 국민들 3분의2가 개최사실조차 모르고 있을만큼 월드컵 축구에 무관심하다.
그에 비하면 다른 참가국들의 열기는 하늘을 찌를듯 하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세계의 도박사들은 한국의 결승전 진출가능성을 2백1분의 1로 점치고 있지만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67%는 16강진출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8시30분의 대스페인 첫경기 중계에 모든 직장인들이 한껏 들떠 직장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다.결승 진출 가능성 21분의 1인 스페인에 마음껏 골 세례를 퍼부어 서전을 장식한다면 전쟁위기설등으로 위축된 우리들 마음 속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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