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回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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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자에서 나 는 발의 모양을 본떴으므로 걷는「동작」을 의미한다.進,退,建,延등이 그렇다.回避는 본디 廻避(회피)라고 썼다.廻는 어떤 지역이나 사물을 돌아(回)오는 것(),避는 피하여(피)오는 것()을 말한다.迂廻,避亂,避雷針,避暑 가 있다.
그래서 廻避(回避)라면 돌아오거나 피해오는 것을 뜻한다.그 반대가 邂逅(해후)또는 遭遇(조우)다.맞닥뜨리는 것이다.
옛날에는 科擧가 출세의 유일한 첩경이었으므로 경쟁이 치열했다.그래서 온갖 기상천외한「커닝」(Cunning)이 성행했다.쪽지를 준비하는 것은「어린애 장난」에 속했고 좀 대담한 사람은 아예 내의에다 좁쌀같은 글씨로 빽빽이 적어 오기도 했다.발각만되지 않는다면 장원급제는 떼어논 당상이 된다.그런데 좀더 지능적인 것으로는 감독관이나 채점관을 매수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렇게 되자 科擧의 공정성이 크게 문제가 되었다.그래서 응시생과 조금이라도 관계되는 사람은 일절 감독관을 맡지 못하도록 했는데 그 법이「回避」였다.고사장엔 아예 얼씬도 못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처럼 回避는 좋은 뜻을 담고 있다.하지만 不正을 회피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책임까지 회피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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