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영개발원 설립 숨겨진 후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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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4일 상공자원부는 趙淳 전 부총리가 이사장 직을 맡은「국제경영개발원」의 재단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무역.경영에 대한 조사연구및 자문,전문인력 양성,국제학술 교류등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재단으로吳甲洙 美 드렉셀大 교수.李南柱 서강대 교수등 국내외 경영학교수들이 임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작 이 재단법인의 설립 뒤에는 얼굴도 이름도 감춘 한「보기드문 기업인」이 있다.
머릿 글자만 딴 그의 이름은「ㄱㅊㅁ」씨(72)다.「ㄷㅊ」기업의 회장이 그의 현재 직함이다.
이사람은 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5억원을 희사했을 뿐만아니라연면적 1천평에 이르는 재단 건물의 공사대금 약 40억원도 대기로 돼 있다.또한 건물이 들어서는 2천평의 부지도 그의 私有地다.「국제경영개발원」이 잘 돼가면 이 땅마저 희사할 것이라 한다.이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말없이「뒷거름」이 되려 하는 것이다.강원도 홍천 근처의 주민들은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다.누군가 알 수 없는 사람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곤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善行의 주인공도「ㄱㅊㅁ」씨다.
그는 강원도 홍천 부근에서 태어나 어릴 때 中國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다 했다.젊었을 때 영등포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남대문시장에서 옷 좌판을 벌이며 돈을 모아 지금의「ㄷㅊ」기업 회장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주위의 평은『모은 돈을 가치있게 쓰는 사람』이라는것이다.맨 처음 그가 사회에 자신의 재산을 희사하기 시작한 것은 신문배달 소년들에게 운동화를 사준 것이었다.지금은 각 신문사에 명절 때마다 배달 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을 맡기곤 한다.
그의 장학 사업은 배달 소년들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현재 대학에 진학한 남대문 시장상인의 자녀들 중 35명정도가 그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그의 고향,홍천 부근의 학생들도 그 덕분에 학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의 손자인 그는 고향에 독립운동을 기념하는「만세공원」을 조성했다.또 고향의 문화재가 도로공사로「다칠」위기에 처하자 결국 전액을 부담,문화재를 복구해 놓았다.
국제화 시대를 외치는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한번 돌아다 보아야 할 이기업인의「큰뜻」이 趙淳 전 부총리로 하여금 선뜻 재단법인의 이사장 직을 수락토록 이끌었다고 한다.
〈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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