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 수교 자극 핵개발 본격화/러 이즈베스티야지 북핵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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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침실패 직후 핵계획 싹터/남원전 피격시 핵전쟁상황 방불/현체제론 이성적 해결 난망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지는 15일 「위대한 수령은 왜 핵무기를 가지려는가」라는 제하의 분석기사에서 북한 김일성주석의 핵무기 개발사업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싹트기 시작했으며 90년의 한­소 수교에 자극을 받아 본격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자체생존과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에 초조해하고 있는 북한의 현 체제가 존속하는한 북한 핵문제는 이성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요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관한 믿을만한 증거는 없다. 전문가들의 추측만 있을 뿐이며 정보기관의 평가도 그리 확실치 않다.
북한에서 핵개발을 향한 작업은 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김일성은 남한에 대한 군사적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후 핵무기 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중국의 핵실험 성공에 고무된 북한 지도자는 한발 한발,그러나 매우 비밀스럽게 목표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소련에 대해 자체 핵개발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데는 한­소 수교와 관련이 있다. 90년 여름 셰바르드나제 당시 소련 외무장관은 북한을 방문,김영남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서울과의 수교 불가피성을 설득하려 했다.
당시 김 부장은 김일성으로부터 북한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부정하는 모스크바의 조치를 극력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고르바초프가 「남조선 괴뢰정부」와의 협력을 추진할 경우 평양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는다는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지금도 평양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기술과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데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성능 중·장거리 로켓을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은 화학·생물무기를 장착할 수 있으며 핵무기 장착도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남한에서 가동중인 9개의 원자력발전소는 이 미사일 공격만으로도 핵폭격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남북한 제재문제와 관련,김일성은 중국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있다. 북한에 70%의 석유와 60%이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제재에 불참할 경우 경제봉쇄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북경은 자기동맹국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고 있고 설사 유엔안보리에서 표결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김일성과는 어떤 일이 가능한가. 여기에는 두가지 대안이 있다. 첫째는 유엔안보리를 거치는 제재조치를 북한에 가하는 일이다. 이 경우 북한이 한반도에서 도발을 감행할 위험이 있다.
두번째는 김일성이 군사목적용 플루토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들키지 않도록 감추는 것을 묵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 두가지가 모두 용인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결론이 나오는 것은 바로 자체생존과 부자권력세습에 초조해하고 있는 북한의 현 체제가 존속하는 한 북한 핵문제는 이성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으로 말해주는 것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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