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파라슈트키드에 당한 봉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中央日報의 유학실태 현지취재시리즈「파라슈트 키드의 낮과 밤」의 추가 취재를 위해 11일밤 LA한인타운의 SAGA라는 디스코 테크를 찾은 기자는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해야 했다.
연일 계속된 탈선 유학생 실태보도로 고조된 현지 일부유학생과이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유흥업소들의 對언론 적개심이 급기야 폭행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날 다른 취재도중 우연히 만난 교포 여대생 2명에게 사정을설명하고 함께 들어간 클럽의 내부는 서울의 여느 나이트 클럽을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3백여평 크기의 1층,그리고 그보다 조금 작은 2층 홀을 꽉 메운 줄잡아 5백여명의 손님은 거의 대부분이 20대 한국남녀.
무스를 잔뜩 발라 번들거리는 머리칼을 뒤로 넘긴 청년들과 초미니의 아가씨들이 뒤엉켜 몸을 흔들어대는 무대는 현란한 조명과귀청을 찢는듯한 헤비메탈의 굉음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저들중 3분의 1이상은 돈 많은 유학생이에요.맥주를 주문하면 사람취급을 못 받는다며 1백30달러씩하는 양주를 펑펑 마시지요.』 동행 여대생의 설명을 들으며 2층의 난간부근에 자리를잡은 기자는 습관처럼 카메라를 꺼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과 서로에게 던지는 끈적끈적한 시선,요란한몸짓들에 눈을 박고 셔터를 눌러댄지 몇분.
갑자기 심한 욕설과 함께 뒷덜미가 번쩍 들려지는 억센 느낌이왔다.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우람한 체구의 흑인 경비원이 뒷덜미를잡아채 들어올리고 있었고 10여명의 다른 흑인 보디가드들과 몇몇 한국인 종업원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겠다는 듯한 기세로 거들었다. 말할 틈도 없이 카메라를 빼앗겼고 필름은 찢어져 내동댕이쳐졌다.
사진촬영 사실을 이들에게 알려준 듯한 옆자리의 남녀들이 고소하다는듯 킬킬거리는 사이로 흑인들 손에 떠밀려 쫓겨났음은 물론이다. 「유학 장려」라는 시대적.국가적 요청을 향락과 방종으로축내고 전체 유학생들을 욕보이는 유학 오렌지족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망연히 주차장에 서 있는 기자의 눈앞으로 13만달러 짜리벤츠 컨버터블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전형적인 오렌지족풍의 남녀 4명을 태운채.
〈LA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