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대 국정조사/증인신문 맥빠질 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상 30명중 절반이 행방묘연/진술 들어도 진실밝힐진 의문
예금계좌 추적이 무산된 뒤 기로에 서있던 상무대 국정조사는 8일부터의 증인·참고인 신문에 따라 후반기를 넘어서 종착지가 가깝게 됐다.
국정조사에 「허용된」 30일중 3분의 2가량은 이미 허비했고,이제 남은 것은 증인·참고인 신문과 정리기간에 소요될 11일 뿐이다.
문서검증→계좌추적→증인신문 등의 세단계로 나뉜 국정조사에서 전반기 조사의 핵심인 첫 두단계는 관계기관의 자료제출 거부로 완전히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이런 국정조사는 해서 무엇하느냐』는 비판이 민주당과 법사위에서 대두되면서 조사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기세좋게 출발한 전반전에 비하면 용두사미격이라는게 국정조사 중간점검의 중평이다.
국회 일각에서는 각 기관들의 자료제출 거부때문에 국회 국정조사의 한계를 한탄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뒤숭숭한 의혹으로 흔들려온 국회의 권위는 이번 국정조사에서의 맥빠진 모습으로 더욱 위태롭게 된 것이다.
앞으로 11일간의 조사기간이 남아있지만 증인·참고인 신문에서 활성화의 불씨를 찾아내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증인·참고인들이 대부분 군검찰이나 검찰에서 증언을 마친 상태라 국회가 또다시 증언을 듣는다고 진술내용이 달라지길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이 문서검증과 예금계좌 추적이 허사로 돌아감으로써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물증」은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자의 진술을 듣는다는게 의혹을 밝혀내기 보다는 오히려 부풀리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민주당 법사위원들 가운데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상무대가 아니라 「항상 안개에 가려있다」는 「상무대」라는 말이 여당의원 입에서 나오기까지 했다.
또 증인·참고인으로 법사위원들이 「뽑은」 30명중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절반가량의 인사들 행방이 묘연해 증언대에 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출석요구서가 그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면 증언대에 나오지 않았다고 제재를 가할 방안은 없는 것이다.
8일 처음으로 증언대에 오른 조기현 전 청우건설 회장은 상무대 공사대금으로 받은 돈중 2백27억원을 빼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의 가장 핵심인사다.
조씨가 빼돌린 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다는게 이번 국정조사의 초점이고 법사위원들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상무대 관련인사들의 진술을 근거로 민자당 대통령후보,노태우 전 대통령,김윤환·김영일 민자당의원,이현우 전 청와대경호실장,이진삼 전 육참총장,정구영 전 청와대민정수석,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을 대상인물로 거론해 왔다.
물론 사전의 열쇠를 쥐고있는 조씨가 이같은 내용들을 확인해 주리라곤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구치소 신문에서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양심선언할 의향은 없느냐』고 통사정도 했으나 조씨는 시종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이는 또 다른 핵심인사인 서 전 총무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 전 총무원장이 80억원을 동화사시주금,45억원은 각종 법회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받았으며 그중 일부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현재 소재지조차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또 동화사시주금 80억원의 향방을 캐기 위해 법사위원들은 대구에까지 내려가 현지조사를 벌였지만 별무성과였다.
조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벌어진 같은 시각 청와대에서 이기택 민주당대표는 김 대통령에게 조사활동에 대한 정부의 협조를 또 다시 요청했다.
상무대 국정조사가 소득은 없더라도 별탈없이 종착역까지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