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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졸속제작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연극 관람은 개막후 1주일정도 지나서 하라.」 최근들어 연습부족에 무대장치도 제대로 안된 상태로 무조건 막을 올리거나 흥행만을 노려 나오지도 않는 유명배우를 출연진 명단에 끼워넣는등 졸속제작 연극이 늘어나면서 손해보지 않으려면 작품이 어느정도 본궤도에 오른 다음에 관람해야 한 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연기일이 1주일 정도로 짧은 대극장 연극보다는 한달이상 장기공연되는 소극장연극일수록 이같은 졸속제작 경향이 심해「막을 올린뒤 1주일은 연습」이란 말이 공공연히 연극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극단 광장.대중의『아가씨와 건달들』은 개막 당일인 지난 1일오후4시30분 첫회공연을 45분이나 늦은 5시15분에야 시작했다. 약속된 공연 시간이 지나도록 무대세트가 완성되지 않은데다공연장인 연강홀에서 무대연습을 한번도 못해 부랴부랴 배우들을 불러모아 극중 움직임과 위치를 잡아주기 바빴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또 다른 공연과 겹쳐 제대로 출연할수도 없는 배우들을 무리하게 캐스팅,주연 여배우나 조연급 인기배우들중엔 개막후 2주일이나 한달이 지나서야 출연이 가능하거나 심지어는 1주일에 하루만 출연하기도 한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극단 제3무대의『아 사이공』은 예고도 없이 공연일자를 3일이나 늦추었다.
이를 모르고 찾아온 관객들에겐 시연회란 명목으로 공연을 가졌으나 무대나 음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연습이 부족했던 배우들이 무대에서 다음 장면 대사와 동작을 잊어버리고 허둥대는 해프닝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처럼 졸속제작된 연극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연극관계자들은 공연장 부족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서울에만 1백50여개 극단이있는데 공연장은 50여곳에 불과,공연장소 확보에 급급한 극단들은 구체적인 작품선정이나 공연계획을 세우기도 전 에 일단 극장부터 예약하게된다.
이에 따라 심할 경우 공연일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배우캐스팅이다,연출가.작품선정이다 부산을 떠는 극단들도 있어 공연초의 부실연극은 이미 연극계의 구조적인 고질병이 된지 오래라는 것.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연극의 영세성에 있다는게 연출가 康英傑씨의 지적이다.
康씨는『한정된 대관날짜로 무대연습을 충분히 하려면 공연일수를줄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극단이 영세성을 벗지 못해 하루 대관료30~40만원을 연습하면서 손해보려고 하지 않는게 우리연극의 현주소』라고 밝힌다.
지금까지 개막공연은 관람료의 30~50%를 할인해주는 프리뷰공연을 가져온 극단 미추 대표 孫桭策씨는『브로드웨이의 경우 약1주일의 프리뷰공연을 거친뒤에야 개막공연을 가지는데 첫 공연에서 평론가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나가면 그 연극은 틀린 것입니다.우리연극도 완성도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라며『대관료 몇푼 아끼려다 관객들이 외면하게 되면 결국 더 큰것을 잃고 마는 셈』이라고 말한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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