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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칼럼

자연의 순리를 따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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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빌 게이츠는 사회 진출을 앞둔 미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주는 조언에서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불평할 생각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우리들 각자에게 의지만을 가지고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골프 연습장에서 키가 180cm 이상 되는 사람이 드라이버로 볼을 쳐 250야드씩 날릴 때 160cm 정도 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200야드 정도 밖에 안 된다. 있는 힘을 다해 친다 해도 볼이 조금 더 나가지만 슬라이스나 후크가 돼 OB지역으로 날아가고 만다. 클럽의 스윙 속도는 비슷한데 왜 그럴까? 키가 약 20cm 크면 팔의 길이를 포함해 회전반경이 10% 이상 크게 되고, 이것은 클럽을 스윙할 때 헤드의 속도를 10% 이상 증가 시켜 결국은 비거리도 20% 정도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키 큰 사람의 장타 비결은 이렇듯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다. 골프에서도 과학의 원리는 어디에나 적용된다. 키 작은 사람과 키 큰 사람을 과학이 비거리로 구별하듯이 우리의 삶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이 차이를 인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볼을 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볼의 비거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클럽 길이가 길고, 로프트 각이 작고, 헤드 속도가 커야 한다. 클럽의 번호가 한 단계씩 작아질 때 길이는 약 1%씩 증가하며 비거리는 2%씩 늘어난다. 헤드의 로프트 각이 약 4도씩 작아질 때 비거리는 8%씩 증가한다. 이때 헤드 무게는 번호가 하나씩 작아질 때 우드는 약 5g, 아이언은 7g씩 가벼워진다. 이렇게 길이가 증가함에 따라 헤드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클럽들 간에 밸런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헤드 무게의 변화는 비거리에 1% 미만의 영향을 준다. 원리대로라면 번호가 한 단계 작아지면 비거리는 약 10%가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공기저항 및 헤드와 볼과 충돌에 의한 에너지손실로 비거리는 약 7% 증가한다. 또한 비거리는 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헤드의 속도가 약 10% 증가하면 비거리는 20%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이 비거리는 클럽에 따라 다르지만 비거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헤드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 골퍼는 체형 및 체력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지 말아야 일관성 있는 비거리 및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클럽의 번호가 작아지면 클럽 길이는 길어지고, 로프트 각은 작아져 비거리는 증가되지만 볼을 정확하게 임팩트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균형을 잘 유지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골프는 이런 점에서 자연을 닮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볼의 비거리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세 가지 요소 이외에 또 다른 요소는 클럽의 샤프트다. 프로들이 사용하는 샤프트는 유연성이 작아 볼의 비거리를 약간 줄게는 하지만 방향성은 좋은 특성이 있다. 반면에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샤프트는 유연성이 커 볼의 비거리를 증가시키는 데는 좋지만 방향성을 나쁘게 한다. 클럽 제작사들은 제원을 표기할 때 우드의 경우는 번호에 따라 헤드의 로프트 각과 라이 각, 체적, 우드의 길이를 표기하고, 샤프트의 유연성 및 클럽무게, 토크, 밸런스, 킥 포인트는 3번 우드만 표기를 한다. 아이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샤프트의 제원을 5번만 표기하므로 골퍼들은 이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즉 샤프트의 특성은 클럽 번호에 따라 달라지지만 모두 표기되어 있지는 않다.

골프에서 비거리를 늘리고 방향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클럽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체격조건을 충실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지혜를 가진 자만이 좌절하지 않고 골프의 진정한 맛을 느낄 것이다.

김선웅 고려대 교수· 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