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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거짓말(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독일인중에도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날조되거나 과장된 이야기라고 떠벌리는 극우파 세력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거짓말을 「아우슈비츠 거짓말」이라 부르는데 앞으로 이같은 거짓말을 하면 3년 징역형을 살게끔 독일법이 최근 개정됐다고 한다. 신나치 극우파 범죄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반외국인 폭력처벌법」까지 고쳐가며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겸허히하고 있다.
이 독일이 이번엔 2차대전중 약탈해간 프랑스 미술품을 되돌려주어 더욱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독불 정상회담이 열리는 자리에서 독일 콜 총리는 『믿을 수 없는 여행을 한 끝에 이들 미술품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었다』면서 미술품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술품도 예사 미술품이 아니다. 클로드 모네의 눈덮인 루스엔 거리 풍경을 비롯해 르누아르·고갱·세잔 등 불후의 명품 28점이 미테랑 대통령에게 넘겨진 것이다.
명품을 넘겨받은 미테랑 대통령도 『이런 귀중품을 소유주에게 되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감격했다고 한다. 되돌려준 독일이나,돌려달라고 꾸준히 주장해온 프랑스나 그 근거는 약탈문화재는 반환돼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같은 논리로 보면 프랑스는 당장 외규장각 도서를 우리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도 지금껏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질 않는다. 자신의 물건을 찾기 위해서는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하고,우리의 약탈문화재 반환에는 대통령의 반환약속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다.
우리의 불법 해외유출 문화재가 10만점이 넘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추론이다. 이 문화재를 환수하는 길은 세가지다. 첫째,외규장각 도서같은 약탈로 인한 유출문화재는 강력히 외교교섭을 통해 반환받는 방식이다. 그 다음은 반환소송이라는 재판을 통해 되찾아오는 방식이고,끝으로 경매를 통해 사들이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쉽지 않다. 끈질기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불법유출 우리 문화재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 일본이다. 이 문화재를 되돌려받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연구가 있어야 하지만 역시 중요한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기본자세다.
남경학살 같은 추악한 과거사를 축소하거나 조작하려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이고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사과한 전 총리를 저격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는한 일본식 아우슈비츠 거짓말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을뿐만 아니라 자연스런 문화재 반환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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