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들 "청문회 열자"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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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1시15분 국회 본청 306호 법사위 회의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각당 의원들끼리 모여 앉아 구수회의를 하고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 책상엔 '불법 대선자금 수사현황'이란 문건이, 열린우리당 의원들 책상엔 '대선자금 청문회 대책'이란 문건이 각각 놓여 있었다. 사전에 나름의 전략을 짜고 나온 듯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와 민주당 불법 대선자금 특위위원장인 최명헌 의원은 법사위원석 뒤편에 나란히 앉아 뭔가 귀엣말을 주고받았다.

회의가 시작되자 곧장 민주당 의원들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한편으로는 대선자금 청문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중간중간 하나둘씩 의혹을 제기하는 식이었다. 김영환 의원은 "우리는 결코 검찰과 특검 수사를 제한하거나 방해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자료를 제공해 수사에 도움을 주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승희 의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출국과 관련, "검찰과 金회장이 짜맞추기식 수사로 뭔가 내통한 의혹이 있다"며 "진술서를 팩스로 보내려면 (관련 의원)다 해야지 어떻게 서청원 의원 건만 보낼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김경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수 의원이 불법 자금에 대해 은폐를 기도하고 있다"며 A4 용지를 꺼내들곤 불법 자금 사례를 일일이 나열했다.

한나라당은 적극 동조했다. 하지만 '차떼기'논란이 재연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청문회 대상을 검찰의 편파수사와 盧후보 측의 당선축하금 의혹으로 한정해야 한다"(홍준표 의원)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종걸 의원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불법 대선자금과 어떻게든 관련돼 있지 않으냐. 정치권이 자숙해야 할 때 잠재적 피의자가 검찰을 추궁하겠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李의원은 김영환 의원이 노무현 캠프의 불법 지구당 지원금 내역을 폭로하면서 "나는 받은 적 없다"고 하자 이 날짜 중앙일보를 내밀며 "여기 중앙일보에 실린 문건엔 金의원도 5백만원을 받았다고 나오지 않느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설전이 2시간을 넘기자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기춘 위원장은 표결을 다음으로 미뤘다.

다음 회의는 다음달 2,3일께로 예정됐다. 민주당의 주장에 한나라당이 적극 찬성하고 있어 표결 통과가 확실시된다.

박신홍.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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