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이렇게 본다-이기적인 경쟁주의 왜곡된 교육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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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曺永達교수 〈서울대.사회교육학〉 崔胤眞박사 〈한국청소년개발원〉 朴惠蘭공동대표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유엔이 정한 세계가정의 해 1994년의 가정의 달 5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한 청소년의 부모살해 사건이 온 사회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오늘날 한국사람들이 가장 정성을 쏟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거의 예외없이 자녀 뒷바라지하는 일이라고 대답할터인데 그 결과로인내심 없고 탐욕스러운 패륜아들이 부지기수로 물의를 일으키는데대해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작 청소년의 조화로운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심성발달의 책임을 져야할 가정과 학교가 사회의 오도된 이기적 경쟁주의를 청소년들에게 권위주의적으로 전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뻔히 예정된 일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 가정의 문제는 자녀사랑 자체보다는 자녀사랑의 방식에 있다.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자녀사랑의 방식으로 안락과 나태에만 익숙하게 만드는 육아법,무조건적인 적자생존 의식만을 고취시키는 입시공부 압력,성적과 학위를 돈으로라도 구해 주려는 왜곡된 지위욕구,인격적 사랑을 물질적 조건으로 대체하려는 정략혼 권유 등을 일상적으로 접한다.이러한 일련의 이기주의와 기회주의로 점철된 부모사랑을 받고 자라난 젊은이들이 사회에 가득할 때사회가 병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방식의 사랑은 올바른 부모됨을 위한 공부보다는 돈을 많이 필요로 한다.그래서 촌지.과외비.유학비.혼수비등을 감당하기 위해 평생 정신없이 돈을 벌어대야 한다.
그 돈벌이 과정이 철저히 이기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것은 물론이다.돈을 버는 과정과 그 돈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과정이 비슷한 특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기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인간관계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은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다.그러나 이에 대한부모의 권위주의적 압력은 엄청난 것이어서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입시지도 기관으로 전락한 학교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청소년들이 쾌락적 도피심리를 조장하여 돈을버는 상업자본과 대중매체의 포로가 되어 방황과 탈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그들중 많은 수가 돈을 같이 쓸 시간은 없지만 얼마든지 대줄 수는 있는 부모를 두고 있다.이러 한 문제를 가진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자율성과 도덕성을 갖춘 민주적 사회공동체의 성원 역할을 하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그들은 사회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게된다.바로 이 문제가 한약사 부부의 비극을 초래했는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청소년들의 도덕적 깨달음 이상으로 필요한 것이부모들의 올바른 자녀 사랑법 학습이다.부모의 역할은 학교와 사회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만 있는 현실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다. 올바른 자녀사랑의 첫번째 원칙은 자녀가 다른 사람을 위할줄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다.이것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위함을 받음으로써 학습되지 않고 부모가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자녀가 본받게 함으로써 가능하 다.이렇게형성된 인성은 사회적으로 건전할 뿐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에 대해 진정한 감사를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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