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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서울 신촌 '쭈사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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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는 낙지 새끼다." "웃기는 소리 마라. 문어 새끼다." "그럼 낙지는 주꾸미 형이냐?" 술상을 차려놓고 서로 침을 튀기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 술자리를 끝내고 다음날까지 연장전을 치르기도 한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다음날 신문사로 물어오는 경우가 그렇다. 주꾸미집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낙지 새끼인가, 꼴뚜기랑은 어떻게 다른가, 문어와는 어떤 관계인가 등이다.

답은 이렇다. 주꾸미는 주꾸미고, 낙지는 낙지일 뿐이다. 다리(팔)의 수가 8개로 같고 똑같이 문어과에 속하지만 부자(父子)관계는 아니다. 다리가 10개인 오징어와 꼴뚜기도 마찬가지다. 주꾸미나 낙지보단 가까운 사이지만 역시 어미와 새끼 관계는 아니다. 단지 연체동물이라는 연관성밖에 없다. 그러면 세발낙지는? 그냥 낙지다. '세'자가 가늘다는 뜻의 세(細)로, 세발낙지는 다리가 가는 낙지일 따름이다. 다리가 셋인 낙지 별종이 아니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 신촌의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한 '쭈사모(02-362-3421)'도 식탁에 실물인 주꾸미를 놓고도 이런 언쟁이 자주 벌어지는 곳이다. 쭈사모는 '주꾸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자인데 주꾸미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뜻은 아니고, 단순하게 주꾸미를 즐겨 먹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라는 의미란다.

좁은 골목 안에 있지만 실내는 의외로 깔끔하다. 양철지붕으로 꾸민 벽면, 블랙톤의 식탁과 의자로 세련미까지 더했다. 어떻게 찾아왔는지 손님들은 '바글바글', 식탁마다 '지글지글' 주꾸미 굽는 소리가 요란하다.

더 놀라운 것은 벽면에 걸린 메뉴의 가격. 불쭈꾸미 5천원, 쭈삼쭈삼 9천원(2인분), 계란찜 2천원. '도대체 양이 얼마나 되기에 값이 저럴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구이류는 모두 1인분 기준으로 1백50g이란다. 일단은 바글바글할 만하다란 생각이 든다.

쭈삼쭈삼은 주꾸미 삼겹살 고추장 양념구이의 줄인 말이란다. 메뉴 이름이 특이해 계란찜과 함께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찬 콩나물국과 깍두기.피클이 먼저 상에 오른다. 쭈삼쭈삼이 매울 것이란 게 대략 감이 잡힌다.

쭈삼쭈삼은 오삼불고기를 흉내 내 오징어 대신 주꾸미를 쓴 것. 특이하게 철판 대신 두툼한 돌 판에 얹어 굽는다. 주꾸미가 살짝 익었을 땐 연하고, 바짝 익었을 땐 씹는 맛이 난다. 삼겹살에서 빠진 기름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매운 정도는 의외로 약한 편. 살짝 단맛도 나는 걸보니 젊은층의 입맛에 맞춘 모양이다.

계란찜도 값에 걸맞지 않게 뚝배기에 푸짐하게 나온다. 주꾸미의 매운 맛이 입안 가득할 때 한 술 떠 넣으면 매운 맛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불쭈꾸미는 흔히 불고기 주꾸미구인가 하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불(Fire)같이 매운 주꾸미'를 말하니 긴장할 것. 주꾸미 구이를 먹고 난 후에는 밥(한 공기에 1천원)도 볶아 먹을 수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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