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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보다 실리확보 선택/미,MFN 중국에 양보한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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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천억불시장” 미 기업들 로비/북핵 중국협조 기대도 한몫
미국은 결국 「명분」보다 「달러」를 선택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최혜국(MFN) 연장여부를 놓고 1년동안 끌어온 줄다리기는 자존심을 앞세우며 대미 강경자세를 고수한 중국측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6일 중국에 대한 MFN 대우 경신을 발표하며 『앞으로 인권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자신의 1년전 공약을 거둬들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MFN 조건으로 내세운 중국의 인권상황이 만족스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국내 고용문제 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중 관계는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인권문제로 줄곧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MFN 연장거부로 중국을 고립시키면 인권탄압이 되레 강화될 것이란 반론과 12억 인구의 막대한 시장상실을 우려한 미국 경제계의 여론이 증폭,실리추구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80억달러의 상품을 중국에 수출했으며 16만개 이상의 고용직이 이와관련돼 있는 실정. GM·GE·크라이슬러 등 미 국내 5백여 대기업들은 『대중 MFN를 거부할 경우 2000년까지 사회간접자본 투자총액이 6천억달러에 이르는 무한한 시장을 일본·프랑스·독일 등 경쟁국이 선점하게 된다』고 반발하며 필사적인 로비를 벌였다.
이밖에 뉴욕에서 북한측과 비공식 접촉을 갖고 있는 마당에 북한 핵문제 마무리를 놓고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조치에 한몫했다.
미국의 약점을 간파한 중국 지도부는 강택민주석이 『천안문사태 당시의 「결연한 조치」로 경제발전에 필요한 안정을 가져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처벌법 강화법안 통과 등 정면돌파로 목적을 달성했다.
결국 인권과 실리 사이에서 고심해오던 미국은 시한만기를 1주일이나 앞두고 서둘러 MFN 연장을 발표하며 아시아에서 중국이 정치·경제·군사·지정학적으로 차지하는 위치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미국의 선심이 아닌 「쟁취」로 여기는 북경당국이 향후 미국의 협조요청에 순응할진 미지수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번 조치로 인권개선 요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혹평했으며 위경생·왕단 등 중국내 반체제인사들은 『앞으로 거침없는 탄압이 자행될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이번 결심이 『일관성없는 외교정책의 극치』라며 민주당에서조차 반발을 사는 등 클린턴 행정부는 앞으로 대중관계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할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봉화식기자>
◎MFN이란
무역최혜국(MFN) 지위란 Most Favored Nation의 약자로 미국정부가 거의 모든 교역대상국들에 부여하고 있는 특혜 아닌 특혜다.
미 행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규정에 따라 모든 회원국들에 가능한 최저율의 관세만을 부과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비회원국인 중국에 쌍무협정 원칙에 따라 이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북한·베트남·쿠바·세르비아 등 몇몇 국가만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아이티·이라크·리비아 등은 현재 무역금수조치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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