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유지현 1회초 무모한 도루 코칭스탭 지도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현대야구에서는 1번타자에게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올시즌 초반 李廣煥감독이 LG 톱타자로 신인 柳志炫을 발탁했을때 대다수 야구인들은 반신반의 했었다.프로구단들은 고교와 대학시절 국가대표 유격수로 활약한 柳의 착 실한 수비솜씨는 인정했으나 타격은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그는 시즌이 개막되자 연일 맹타를 터뜨려 이같은 일부의 우려를 말끔이 씻고 부동의 1번타자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현재柳는 0.294의 타율에다 홈런3개. 20타점을 기록,LG 공격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그는 특히 1번타자가 지녀야할 제1의 요소인 선구안이 뛰어나 팀내 최다4구(24개)를 얻어내며 공격의 활로를 열고 있다.
25일 잠실에서 가진 한화전에서도 유지현은 1회말 좌전안타로1루에 진루,선두타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더구나 LG는 1회초 안타2개와 내야땅볼로 1점을 선제당한 후여서 柳의 진루는 팀의 사기를 올리고 상대의 오름세를 꺾는 중 요한 것이었다.그러나 柳는 곧바로 도루를 감행하다 아웃됨으로써 승부의 흐름을 다시 한화에 넘겨주는 결정적인 愚를 범하고 말았다.
평소 1번타자의 역할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가르침이 없었던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컴퓨터감독 토니 라루사는 발빠른 1번타자의 역할에 대해 『1번타자는 어떻게든 진루해 타점이 높은 중심타자들이 타석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도루하는 일보다 상대 투수.포수.야수들을 긴장시켜 다음타자의 타격에 도움을 주는 것이 1번타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발빠른 주자가 진루하면 투수는 직구에 비해 느린 변화구를 구사하기 힘들다.또 포수나 야수들은 빠른 주자를 의식하다실책을 범하기 쉽다.외야수도 안타 한방이면 3루까지 갈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송구가 나빠진다.
따라서 柳는 2루에 가는 척만 해 LG가 갖가지 공격부수입을챙길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權五仲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