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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憲裁 구성방법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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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憲法은 한 나라의 最高規範이다.국민주권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떤 사람이나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 없다.재삼 강조하거니와 헌법의 지배를 받지 아니하는「統治權」이나「統治權者」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종국적으로 헌법이라는 典範에 의해 해결된다.헌법재판은 나라가 나아갈 근본적인 방향을 가름하는 작업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死活은 헌법재판에 달려있다.헌법재판의 본질은 민주사회의 영속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고착되기 쉬운 現存질서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데 있다.
헌법재판은 불행한 혁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숭고한 이념과 도덕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가 현실의 제도로 정착하지 못하고 처참한 종말을 맞고만 것도 헌법재판을 통한 自己革新의 過程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舊소련 학자의 晩時之歎에 他山之石의 교훈이 담겨있다.
헌법은 단순한 조문의 모음이 아니다.헌법은 時代의 價値요 精神이다.따라서 헌법재판은 실무재판이 아니라 정책재판이다.구체적인 소송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법리적 판단과 함께 해당 판결이국가와 국민 전체에 미칠 정치적.사회적 영향이 헌법판단의 기준이다. 政策재판.哲學재판으로서의 헌법재판이 이루어져야만 헌법이나라의 最高規範인 동시에 국민의 일상을 보살피는 日常規範이 될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는 그 구성방법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무엇보다도 實務法曹人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재판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근시안적 발상이며 헌법재판 의 對국민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다.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이익과 관심을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재판관에 선임될 수 있어야만 한다.
헌법재판은 서로 충돌하는 제반가치들을 조정하는 작업이다.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대변할 수 있는 인적구성을 갖추지 못한 기관에 이러한 調整 내지는 調節 작업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실무법조인은 그 양성과정에 있어 다양한 세계관을 갖추기 어렵다.엄격한 관료제 아래 기술적인 실무훈련을 통해 수십년간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온 고위직 판.검사들에게서 법조문의이면에 담긴 본질적인 사회적 價値를 파악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변호사의 실무도 법원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한 유사한 약점이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실무법조인 이외의 인물이 재판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우리와 유사한 헌법재판소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의 나라에서는 적어도 정원의 3분의 1 이상의 재판관을 실무 법조인 이외의 인물로 충원하고있다.바로 실무법조인의 직업적 近視眼을 矯正하기 위해서다.
정치학자.외교관.대학총장.사회운동가.원로정치인을 막론하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가진 국민이면 그 누구라도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이 못될 이유는 없다.
헌법이 條文集이 아니고 時代精神의 集積文이고,헌법재판이 단순한 조문의 기계적 적용과는 차원이 다른 政策과 哲學의 조절작용이라면 말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권자와 임명절차에도 문제가 있다.9인의 재판관중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각각 3인을 자유롭게 임명하고나머지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한다.헌법재판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너무나 허술한 절차다.그러기에 대통령은 재판관 의 자리를 정치실업자를 구제하는 관변단체 이사장 정도로 경시하고,대법원장은 한솥밥을 나눠 먹기엔 뭔가 성에 차지 않는,한급 아래 인물을 慰撫하기 위해 보내는 閑職정도로 생각할 위험이 있다.
국회도 여야간의 정치협상으로 나눠먹는 獵官職으로 여기기 십상이다.이렇게 구성된 헌법재판소라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미뤄 조지는」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여러분야 최고 人物로 다시는 되풀이 할 수 없다.비록 조문으로 규정된 절차가 허술하더라도 나라안에서 가장 出衆한 인물들이 헌법재판을 담당하도록 해야만 한다.
며칠전 통일 獨逸의 대통령에 선출된 사람은 교수출신의 헌법재판소장이었다는 사실도 뭔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오는 9월말로 9명의 재판관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된다.이제야말로 헌법재판의 중요성을 바로 인식하고 나라의 최고인물들을 最高裁判所의 재판관으로 모셔야만 한다.
〈서울大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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