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프리즘] 독립예술에 대한 세 가지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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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은 대중예술의 반대인가?” 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의 첫 마디는 “독립예술도 대중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예술’이라는 말 자체가 대중에게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해에서 비롯된 질문을 받곤 한다.
 
○ 주류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
인디밴드를 하는 이유는, 언젠가 대규모로 음반을 내고 TV에 출연하기 위해서일까? 독립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언젠가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단지 규모의 문제일 뿐이다. 예술로 대박 터뜨려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가진 독립예술가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오히려 현재의 모습, 그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며 꾸준히 자신의 자리에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들은 기업의 거대 자본이나 스폰서를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음반 제작단계부터 판매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해나가는 뮤지션이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필름을 사고 촬영·편집·연출, 심지어 출연까지 도맡아하는 영화인들이 너무나 많다. 대중의 취향에 편승하거나, 제작자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당연하다.

○ 라면만 먹고 사는 아마추어다?
이제 배고픈 예술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밥도 먹고, 빵도 먹고, 다이어트 식품도 먹는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비교적 편하게 예술을 하는 사람도 있다. 헝그리 정신만이 독립예술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또 대중이 생각하는 잣대나 심사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무조건 폄하하는 것도 편견이다. 오히려 아마추어에 가까워 보여도 그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함은 가히 놀라울 때가 많다.

○ 매니어들의 전유물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스터베이션이 아닌가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자. 한때 전위적인 모습이 독립예술을 대변하는 듯했으나 지금은 그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차라리 나와 가장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독립예술에서는 내가 모델이 될 수도, 나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매니어가 점점 많아지다 보면 또 다른 성향의 대중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독립예술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값비싼 콘서트는 이벤트가 되지만, 라이브 클럽에서 다양한 음악을 만나는 것은 일상이 될 수 있다. 드물지만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무용· 연극· 마임 등 퍼포먼스와 대안 공간(갤러리)의 전시 등은 지루한 삶에 자극이 된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내가 단지 예술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옵션은 “나도 저들처럼 춤을 춰볼까? 노래를 만들어볼까? 그림을 그려 볼까? 영화를 만들어볼까?” 하는 새로운 설렘이다. 당신도 일상 속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노현지(극작가,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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