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패트롤>서편제 뿌리는 우리-보성 유적지 유치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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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판소리 西便制의 本鄕 전남보성군이「서편제 현장가꾸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편제를 창제한 명창 朴裕全(1835~1906)의 유적지 조성문제로 군내 대야리와 강산리 주민들이 서로 『朴裕全은 자기마을 사람』이라며 다투고 있다.
朴명창은 조선말 헌종~철종~고종 3대간에 걸쳐 활약했으며 특히 대원군의 총애를 받아 수시로 운현궁을 출입할 정도로 뛰어난소리꾼으로 서편제의 鼻祖로 알려지고 있다.
반상이 구별되던 조선시대에 대부분의 藝人들이 천민계급으로 생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朴裕全의 경우도 ▲거주지 ▲소리공부를 했던 곳 ▲묘소등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보성군보성읍대야리「康山마을」주민들과 불과 3백여m 떨어진 보성군웅치면「江山里」주민들이 군청에서 추진중인 서편제 현장가꾸기사업을 놓고 서로 朴裕全의 생가.활동지가『자기네 마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 앞서 보성군은 지난 88년 대야리 강산마을에 朴裕全 藝蹟碑를 세우고 읍내 보성공원에 기념조형물을 건립했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朴명창이 판소리 한대목을 시원스럽게 뽑아냈던 곳으로 알려진 江山亭 복원을 비롯한 조경사업과 제자 宋溪鄭應珉의 생가인 회천면 도강마을에 소리청을 건립하기위해 2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에대해 웅치면강산리 주민들이『예적비 건립은 그냥 지나쳤지만강산정등은 제자리에 들어서야 한다』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두차례에 걸쳐 군에 朴裕全의 묘소.거처.소리연습을 했던 장소등에 이의를 제기,올바른 유적사업지 선정을 요 구하고 나선 것이다. 鄭旺燁씨(72)등 이 마을 주민들은『마을 뒷산 수박골에 朴명창의 묘가 있었는데 자손이 없어 수십년전까지 朴씨 성을가진 부락민(사망)이 벌초를 해줬으며,또 마을옆 기제골에 있던주막에서 朴명창이 기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康山마을 주민들의 주장은『朴명창은 마을안에 있는 행골에서 살았으며 뒷산에 있는 노래바위에서 소리공부를 했다』는 것. 이처럼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구전돼온 얘기만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보성군은 지난 7일 문화재전문위원 李보형씨등 전문가를 초빙,이 일대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고증결과를 토대로 유적사업을 펴기로했다.
아무튼 판소리 자체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예술이듯 소리꾼朴裕全의 파란만장한 삶의 흔적들도 떠도는 얘기로만 알려지고 있어 서편제 유적지 조성을 어느 마을에 할지 관심거리다.
[光州=具斗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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