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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405호 변호사 서로 "상의 안 했다"더니 3주 전엔 변씨 공동 변호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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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정아씨의 변호를 맡은 박종록 변호사와 변양균씨의 변호를 맡은 김영진 변호사의 사무실이 서울 서초동 정곡빌딩 4층에 나란히 위치해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신정아(35)씨와 도쿄에서 함께 귀국한 박종록(55) 변호사가 3주 전부터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3주 전이면 변 전 실장이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건을 무마하기 위해 장윤 스님을 만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다. 변 전 실장은 이때 신씨와 관련된 자신의 사건을 김영진(58) 변호사와 박 변호사에게 공동으로 맡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변 전 실장과 신씨가 공동으로 변호인을 선임해 입을 맞췄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17일 기자들에게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박 변호사와 어떤 상의도 없었다"며 공동수임을 부인했다. 박 변호사도 "신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변 전 실장은 8월 말 부산고 21회 동기인 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변 전 실장은 "검찰과 실무접촉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 변호사의 권유에 따라 박 변호사도 함께 선임했다.

김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사시.검찰 6년 선후배로 각별한 사이다. 같은 불교 신자이기도 하다. 두 사람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신정아 사건을 함께 맡자는 김 변호사의 부탁을 후배인 박 변호사가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9월 초부터 서울 서부지검 수사팀과 연락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 당시 서부지검은 "변 전 실장은 현재 소환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 선상에서 제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은 이때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던 셈이다.

박 변호사는 변 전 실장의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소재 파악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 그 뒤부터 2주 동안 박 변호사는 신씨의 조기 귀국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14일 도쿄에서 직접 신씨와 만나 "변 전 실장과 당신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들어가야 한다"며 설득에 성공했다. 신씨는 도쿄에서도 "미국에 돌아가 예일대 박사학위가 진짜라는 증거를 가져오겠다"며 고집을 부려 박 변호사가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11일 신씨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종록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변호사측은 "변 전 실장의 변호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신씨와 검찰 간의 중개 역할이 필요했고, 당사자인 신씨가 귀국해야 사건 조기 해결이 가능해 설득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김영진 변호사가 이미 변 전 실장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지만 박 변호사와 공동 명의로 수임했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관련 사건 피의자를 공동 수임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변 전 실장과 신씨가 수사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강수.정효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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