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의 변호를 맡은 박종록 변호사와 변양균씨의 변호를 맡은 김영진 변호사의 사무실이 서울 서초동 정곡빌딩 4층에 나란히 위치해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에 따라 변 전 실장과 신씨가 공동으로 변호인을 선임해 입을 맞췄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17일 기자들에게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박 변호사와 어떤 상의도 없었다"며 공동수임을 부인했다. 박 변호사도 "신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변 전 실장은 8월 말 부산고 21회 동기인 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변 전 실장은 "검찰과 실무접촉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 변호사의 권유에 따라 박 변호사도 함께 선임했다.
김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사시.검찰 6년 선후배로 각별한 사이다. 같은 불교 신자이기도 하다. 두 사람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신정아 사건을 함께 맡자는 김 변호사의 부탁을 후배인 박 변호사가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9월 초부터 서울 서부지검 수사팀과 연락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 당시 서부지검은 "변 전 실장은 현재 소환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 선상에서 제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은 이때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던 셈이다.
박 변호사는 변 전 실장의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소재 파악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 그 뒤부터 2주 동안 박 변호사는 신씨의 조기 귀국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14일 도쿄에서 직접 신씨와 만나 "변 전 실장과 당신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들어가야 한다"며 설득에 성공했다. 신씨는 도쿄에서도 "미국에 돌아가 예일대 박사학위가 진짜라는 증거를 가져오겠다"며 고집을 부려 박 변호사가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11일 신씨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종록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관련 사건 피의자를 공동 수임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변 전 실장과 신씨가 수사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강수.정효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