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 '태풍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추석 가계부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 이변으로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말~9월 초 늦여름 장마에 이어 16일 태풍 '나리'가 제주도와 남해안을 강타해 농·수·축산 농가를 흔들었다.

 제주도가 주산지인 밀감은 가격이 폭등했고 갈치·옥돔·참조기는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판이다. 애초 농협유통·주부교실중앙회 등에선 올 추석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그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과일 가격 올라=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과일. 초가을비로 당도가 떨어진 데다 착색이 늦어지면서 수확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과일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10% 안팎 오를 전망이다.

 특히 감귤·사과가 유통업체의 근심거리다. 감귤은 제주도가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게, 사과는 비 때문에 과실이 빨갛게 물들지 않은 게 원인이다. 1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감귤 5kg 한 상자가 평균 2만2043원에 경매됐다. 지난주 평균 가격(1만1166원)에 비해 90%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날 사과(홍로) 경매가도 5kg에 1만9558원으로 지난주 평균 가격(1만626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GS리테일 정이동 청과담당 바이어는 "조생 부사가 수확이 늦어져 속이 탄다. 일부 확보한 물량도 색깔이 곱지 않다"며 걱정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노광석 조사분석팀장은 "비 피해로 배추·애호박의 산지 가격도 지난해 대비 50% 이상 올랐다"며 "앞으로 올 태풍인 '위파'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갈치·참조기 구하기 어려울 듯=대형 마트마다 제주도가 주산지인 갈치·참조기·옥돔 등은 냉장 물량이 떨어져 가고 있다. 추석 대목이라 수요는 많은데 주말 동안 조업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 제주도 날씨가 좀처럼 맑아지지 않아 추석 전에 조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유통업계는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을 한 차례 더 받을 경우 이번 추석상에 신선한 갈치·참조기는 아예 오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