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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탈선과 위기관리 허점(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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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서울 오류전철역 화물열차 탈선 전복사고가 일으킨 퇴근길의 「교통대란」은 일과성 사건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잦은 열차탈선에 대한 면밀한 원인분석과 대책마련도 필요할뿐 아니라 한가지 사고가 일파만파의 혼란을 가져오는 수도권의 교통여건과 이번과 같은 돌발적인 사건때의 사후수습책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철저히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화차가 낡은 것이었던데다 석탄마저 한쪽으로 쏠리게 잘못 실은데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잦은 열차탈선·전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인 시설의 노후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나 대책은 세워야 한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낡은 차량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속도제한,싣는 물량의 제한 등 안전관리대책이라도 강화해 사고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는 사고 그 자체보다는 그로인한 파장이 더 큰 문제였다. 전철이 불통되자 경인구간은 물론,수도권 서부지역 일대가 마비상태에 빠져버렸다. 사고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번과 같은 「대란」이 되풀이된다면 분명히 문제다. 수도권의 도로체계와 교통망에 문제가 있음을 이번 사고는 단적으로 드러내주었다. 비단 경인구간뿐 아니라 수도권의 전구간에 걸쳐 우회도로 등 간선에서의 사고때 기능을 대체해줄 도로체계가 되어있지 않고,교통망 역시 너무 단순하다.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우회도로의 건설과 사고시의 수송체계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고이후 철도청의 수습책도 허점투성이었다. 복구작업팀과 장비의 현장도착이 2시간이나 걸렸다는 것도 문제려니와 복구작업의 상당부분을 인력에 의존했던 것도 문제였다.
또 철도청은 선로의 개통에만 몰두했지 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는데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심지어 임시개통이 되었는데도 안내방송조차 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은 계속 전철이 불통중인 줄만 알고 도로로 몰려 교통체증이 더 길어졌다. 또한 경찰도 다른 교통수단이나 도로로 시민들을 안내하는 활동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시민쪽에도 문제는 없지 않았다. 마구 도로로 쏟아져 나와 교통을 차단시켰는가 하면 부녀자나 노약자를 밀치고 버스나 택시에 타는 등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 틈을 이용해 바가지요금을 받는 택시들도 적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은 행정도,시민도 위기관리 및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남북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고 인구밀집으로 작은 사고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위기관리 및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는건 국가적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대책마련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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