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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화제>극단 학전의 록 뮤지컬 지하철1호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통기타 반주의 포크송이 애처롭게 들려오는가 하면 밑도 끝도 없는 랩송이 이어지고 곧바로 강렬한 록비트음이 귀청을 울린다.
9명의 배우는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한치의 빈틈도 없이 격렬한 몸짓으로 객석을 두드린다.관객들은 발을 까딱거리며 박자를 맞추고 콧노래를 따라 부른다.
독일 그립스극단의 동명작품을 각색한 극단 학전의 록 뮤지컬『지하철 1호선』의 소극장무대는 유명가수 라이브무대를 연상케 하는 젊음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연변의 조선족처녀 연순이 백두산 관광때 사귄 한국인 제비와 결혼을 위해 서울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극은 지하철을 탄 연변처녀의 눈을 통해 뒤틀린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지하철의 걸인.전도사.깡패.가출소녀.강남의 사모님….그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노래를 부른다.이들의 노래속에는 정도 6백년 서울의 온갖 부패와 대립의 음습한 냄새가 담겨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을 최소화하고 노래극 본연의 재미에 치중했다는 작사.편곡.연출 1인3역을 맡은 김민기씨의 말에도 불구하고 김씨 특유의 독설.풍자.해학이 가득담긴 노랫말은 관객들의일상을 여지없이 파괴하는 힘을 드러낸다.
배우들의 서툰 연기등 아직은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이 극이 소극장 뮤지컬의 가능성을 타진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바로 그 힘 때문이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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