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대출 이자 고민될 땐 ‘이자 상한’ 상품이 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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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22면

금리 상승은 ‘양날의 칼’이다. 이자로 돈을 불릴 수 있지만, 빚 부담도 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고민을 줄이려면 ‘빚 테크’에도 미리 신경 써야 한다.

집 사면서 돈 빌릴 때가 특히 그렇다. 지금 은행들은 3개월마다 바뀌는 CD금리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한다. 5월부터 급격히 오른 CD금리는 최근 연 5.33%까지 치솟았다. 6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자연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라 최고 8%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년 전 5% 수준에서 돈을 빌렸다면 대출금 1억원당 연 200만원의 이자를 더 물게 된 것이다.

금리가 턱밑까지 올라오자 일부에선 “장기로 빌린 돈에 3개월마다 다른 이율을 물리느냐”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담보대출 규제를 하면서 장기대출을 권장했는데 금리는 단기금리를 기준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담보대출 금리가 지금처럼 된 데는 사연이 있다. CD금리에 연동되는 대출은 원래 수입품이다.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HSBC·한국씨티은행 같은 외국계가 공격적으로 선보인 상품이었다. 국내 은행들은 3년짜리 고정금리 상품만을 팔고 있었다. 외국계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이익”이라는 점을 내세워 대출 수요를 빨아들였다. 가계영업 노하우가 부족한 국내 은행들은 ‘선진 금융기법’이라며 베낀 상품을 일제히 내놓았다. 외국계는 국내 은행에 다시 고객을 뺏길까 봐 중도상환 수수료를 높게 물렸다. 이렇게 끼워진 단추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CD연동형은 시장상황을 잘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집을 살 때 대출금 총액이 10년 전보다 커져 조금만 금리가 올라도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됐다. CD연동형 상품 전엔 3000만원, 5000만원씩 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6억원 이하 집만 대상인 데다 미리 갚으면 벌칙이 세서 사람들이 잘 안 간다.

금융연구원 한재준 박사는 “대출을 장기간 고정금리로 운용하려면 부담이 많이 따른다”며 “최근 등장한 이자상한제 상품 같은 걸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이 5월에 내놓은 ‘안전지대론’을 보면 6% 이자로 대출받을 때 향후 CD금리가 올라도 이자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CD금리가 떨어지면 최고 5%까지 금리를 낮추도록 설계됐다. 이런 상품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달 초 “변동금리형 담보대출 금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대출기간에 고정금리·변동금리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도 대안이 될 만하다.

더 적극적으론 은행과 대출금리 ‘딜(deal)’을 할 수도 있다. A은행에 가서 “B은행 금리가 더 싸다”며 깎아달라고 하면 직원이 본부에 금리감면 승인 요청을 내고 대부분 수용된다는 것이다. 빚 부담을 줄이려면 신상품 정보에 늘 귀를 열어둬야 하고, 여러 은행의 금리를 비교하는 품도 많이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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