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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장개입 원칙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개입이 뚜렷한 원칙이나 기준없이 이뤄지고 있어 관련 업계의 반발과 함께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고있다. 공정한 심판자로서 기업들의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촉진시켜야할 공정위가 오히려 기업들의 경쟁을 억제하는 시책을 펴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동양맥주.조선맥주및 진로등 맥주 3사 사장들을 불러 과당광고와 대학가 시음회등의 판촉행위 자제를 요구한데 이어 오는 17일 3사 광고담당 임원들을 다시 소집,광고 축소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12일에도 자동차 3사 사장들을 불러 하청업체에 납품가격 인하 압력을 넣지 못하도록 촉구하는등 최근 들어 시장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 개입은 공정위의「本業」인 경쟁 촉진보다는경쟁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맥주회사의 한 관계자는『새상품이 나오거나 신규 경쟁회사가 진입할때 일시적으로 광고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며,이를 막을 어떤 근거도 없다』면서『대학가 시음회도 학생회등의 결정을 거친 정상적인 판촉활동이었고 설혹 그것이 정서에 어긋난 다 해도 공정위가 국민정서를 판단하는 기관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공정위의 요구를「과당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경제행정규제완화 실무위원회 위원인 金鍾奭교수(홍익대 경제학)도『허위.과장광고가 아니라면 공정위가 맥주회사의 과당 광고를 막을 법적 근거도 이유도 없다』면서『공정위가 경쟁촉진보다 억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라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吳世玟공정거래위원장은『대학생들을 상대로 맥주 판촉행사를 벌이는 것은 보기에도 안좋고 공정거래법상 부당고객유인행위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특히 맥주회사들이 작년에 적자를 낸데다 올해는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인데도 광고를 엄청나게 늘리는 바람에 결국 광고비가 가격인상으로 전가될 우려가커 맥주회사들에 자제를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나 학계에서는▲공정위가 기업의 적자까지 미리 나서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만일 가격이 인상되면 그때 가서 독과점 업체의 가격 남용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가격 인상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 옳고▲더구나 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가격인상보다는 인하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공정위의 논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자동차 하청 업계의 부품가격 인하 문제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연초 물가억제를 위해 억지로 자동차 값을 되돌려 놓은「원인 제공자」이므로 이제 와서 공정위가 다시 나서는 것은 모양이 썩 좋지 않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상공자원부가 유가 인하의 철회를 유도했을때 공정위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가격인하로 인한 적자는 괜찮고 광고로인한 적자는 문제라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버려 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秀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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