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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봉」 연기 난국 돌파구/IAEA 사찰팀 14일 방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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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가능한 사찰부터 하자” 설득/3단계 회담 장애 일단 사라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영변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사찰을 위해 사찰팀을 수일내 북한에 보내기로 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사와 맞물림으로써 북한 핵협상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IAEA의 이번 북한 핵 추가 후속사찰은 지난 3월 중단된 북한 핵사찰을 마무리짓는 것으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요구했던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번 추가 후속사찰이 완료되면 지난 2월15일 북한과 뉴욕에서 합의한 3단계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이 일단 충족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일정을 북한측과 협의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3단계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 2개중 하나인 남북한 특사교환은 이미 한국정부가 철회함으로써 해소됐다.
미국정부는 북한 핵안전조치 계속성이 유지되면 3단계 고위급회담을 열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번 IAEA 사찰팀의 추가 후속사찰은 3단계 고위급회담과 직결되는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IAEA 사찰은 방사화학실험실 사찰은 하되 영변원자로 핵연료봉에 대한 사찰은 연료봉 교체 연기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핵연료봉 교체와 관련,입회와 시료채취문제를 놓고 북한·IAEA는 물론 미국이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어 당장은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IAEA 입회 없이 핵연료봉 교체를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한뒤 후속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단계적인 접근방법으로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로 미국과 IAEA가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은 사실상 양보를 하면서도 국면타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와관련,IAEA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기울여 최근에야 IAEA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핵연료봉 교체는 북한측이 오히려 다급한 입장이기 때문에 핵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찰은 다음단계에서 추진해도 별로 차질이 없다는 것이 미국측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원자로 핵연료봉 교체가 IAEA가 요구하는 사찰조건 아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핵안전조치 계속성 유지가 파괴된 것으로 간주해 언제든지 3단계 고위급회담을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 일방적인 양보만은 아니란 주장이다.
따라서 IAEA가 북한이 영변원자로의 핵연료봉을 교체할 때 사용연료봉을 선별,봉인한뒤 금년중 실험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종전의 강경입장에서 후퇴한 것도 이같은 미국의 설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미국 뉴욕 타임스지가 최근 사설을 통해 제안했던 것으로 미국정부가 타당성을 인정,이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찰을 통해 연료봉 교체가 연기된 사실만 확인함으로써 당장 북한이 단독으로 핵연료봉을 교체한다는 다급한 사태를 저지하고 다음에 시간을 벌어서 북한측의 양보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가사찰과 3단계 고위급회담은 핵심쟁점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언제 다시 제동이 걸릴지도 모를 취약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타결책은 북한·미국간 3단계 고위급회담으로 연결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북핵문제의 급속적인 해결까지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IAEA·미국 사이의 각종 대화채널에서 남은 불씨인 핵연료봉 시료채취를 둘러싸고 또다른 설전이 벌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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