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청년층 겨냥 연애物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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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요즘 北韓에선 어떤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
인기영화라고 해봐야 체제및 노동당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점이北韓의 특성이다.지금 北韓 전역을 휩쓸고 있는 大作은『민족과 운명』이다.金正日이 유행가『내나라 제일로 좋아』를 소재로 다부작영화를 창작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시작된 이 시리 즈는 현재 17부까지 제작됐고 앞으로 50부작까지 연작행진을 계속할 것으로알려졌다.
『민족과 운명』시리즈는 韓國에서 외무장관을 지내고 美國을 거쳐 平壤에 들어가 천도교청우당 위원장으로 일하다 89년11월 사망한 崔德新의 일대기로 시작됐다.
이어 親北작곡가 尹伊桑,국제태권도연맹 총재로 해외보급에 앞장서온 崔泓熙,北으로 송환된 좌익수 李仁模,남로당위원장 許憲의 딸 許貞淑등 이른바「北韓의 품에 안긴」인물들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정권을 비난하며 북한만이 통일을 추구하는 민족 정통성이 있는 정권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연작이다.
『민족과 운명』시리즈에는 당대 북한 최고의 감독.시나리오작가.배우들이 총동원되고 있는데 주민들에게 통일의지와 북한체제에의신념을 불어넣으려는 노동당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또 최근의 인기영화로『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2부작도 손꼽힌다.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여객선 고문선장과 유치원 원장사이의결합을 다뤄 로맨스 그레이를 연상시킨다.
다만 두 노인이 직접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 고문선장의 자식들이 유치원 원장을 어머니로 맞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두 노인이 가까워진다는 줄거리다.
유치원 원장은 서해갑문 건설 당시 희생자의 어머니로 홀로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돼있다.여기에 준설선 선장과 여성체육인 사이의 젊은이들 사랑도 곁들여진다.최근 몇년간의 北韓영화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청년들을 겨냥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
청년들의 사랑.연애관을 北韓式으로 다룬『내가 사랑하는 처녀』가 대표작이라 할만하다.영화는 한 조선소 사로청 초급단체위원장으로 선출된 처녀가 조직생활을 싫어하고 건달처럼 생활하는 한 청년들을 교양시키면서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직과 집단속에서만 청춘이 빛나고 참된 삶의 길을 찾을수 있다는 다분히 北韓식의 메시지다.
또▲한 연합기업소에 사로청 위원장으로 배치된 한 청년이 경제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담은『우리 사로청위원장』▲사로청의 전신 민주청년동맹의 창립과정의 우여곡절을 그린『첫기슭에서』2부작등도 같은 부류의 영화다.
농촌총각이 장가들기 힘든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몇년전부터『도시처녀 시집와요』라는 정책성 계몽가요가 권장되더니 지난해 이를 소재로 동일제목의 영화도 제작했다.
도시의 피복공장에서 일하는 고급재단사 처녀가 모내기 지원차 협동농장에 갔다가 농촌총각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끝내는 농촌에정착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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