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나면 장관문책」 관행 바꾼다/중·하위공무원 위주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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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근본해결 나서/정부/성과급·포상확대로 사기도 높여
정부는 7일 정권 출범과 더불어 각종 사정과 개혁조치를 통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타파하려했으나 농안법 파동에서 드러났듯 공무원의 무사안일·책임회피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공무원 복지부동 타파를 위한 새로운 대책수립에 나섰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무원의 인사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상벌과 포상의 대상·방법 등을 과감히 고쳐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그동안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장관·기관장 등 최고위급에 대해 책임을 물었던 문책방식을 바꿔 실무책임자인 중·하위직의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징계하는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개인기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특진·포상제를 확대하는 등 사기앙양책도 강구중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사건이 터지면 지휘책임이라는 명분으로 장관이나 기관장을 문책하는 방식을 택해왔으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해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일을 게을리하고도 「장관이 책임지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공무원사회의 개혁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 「송사리만 잡기냐」는 비난여론도 감수한다는 각오아래 장관이나 기관장보다는 실제 책임을 맡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에게 대대적인 책임을 물어나가겠으며 특히 일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나는 복지부동의 케이스는 더욱 엄중히 다스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무서운 표정」만을 짓겠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정부는 공무원의 근무의욕과 책임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보수에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잘한 일에 대한 특진·포상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급 및 특진·포상제 확대실시는 과거 으레껏 채찍에 뒤따르던 의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며 정부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했다.
이와관련,정부는 7일 농안법 파동과 관련해 농림수산장관 대신 실무를 맡아왔던 신순우 농산물유통국장·김주수 기획예산담당관(전 시장과장)·조부관 시장과 사무관을 직위해제했다.
정부는 특히 이번 농안법 파동이 농림수산부 복지부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중·하위직의 책임소재를 더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지하철 과천선의 잇따른 사고와 관련,철도청의 최정혁 차량국장과 최종옥 전기차량과장을 해임하는 등 실무자 33명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교통부는 대신 최훈 철도청장과 김경회 철도청 차장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내리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이세기 민자당 정책위 의장은 『정부가 사건·사고와 관련해 책임소홀 정도에 따라 징계한 것은 과거처럼 장관만 문책해서는 공무원사회의 무사안일주의·보신주의를 제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공무원 문책스타일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6일 공직자 근무태도에 대한 감사를 모범사례 발굴 등 포상위주로 하며 공무원들에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중복감사 등 감사회수를 줄이기로 한바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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