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사망 대학생/부검서 실탄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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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군 “쇼크사” 첫 발표 뒤집어
3일 경기도 미금시 이패동 예비군훈련장에서 사망한 세종대 직장예비군 소속 장덕수씨(24·경영학과 3)는 공포탄 쇼크 사망이라는 당초의 군당국 발표와는 달리 M16 소총실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과 군은 4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 집도로 장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왼쪽 겨드랑이를 관통해 하복부에 남아있는 M16 실탄 탄두 1발을 찾아냈다.
이에따라 경찰과 군은 관계자들이 시가지 전투훈련을 받는 예비군들에게 공포탄 대신에 실탄을 잘못 지급한 것으로 보고 관계자들을 소환,5일 오후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경찰과 군은 검증결과,사고당일 현장에 있었던 조교 등이 재현한 상황으로는 누가 총을 쏘고 사고를 낸 것인지를 가려내지 못했다고 밝혔다.<김준범·엄태민기자>
◎실탄피격… 안풀리는 의문점들/①외상관찰·X­선촬영때 진짜 몰랐나/②왜 사건발생 30시간뒤 부검 맡겼나/③공포탄 훈련에 실탄 지급 가능한가
당초 공포탄에 의한 쇼크사로 추정,발표됐던 세종대생 장덕수씨 사망사건이 부검결과 M16 실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되자 야전 지휘관을 거친 대부분의 장교들도 『상식적으로 도전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의문점은 숨진 장씨의 몸에 실탄에 의한 외장이 있었고 군병원측의 X­선 촬영에도 불구하고 몸에 박혀있는 실탄을 발견하지 못한 점이다.
이에 대해 군병원(창동병원)측은 『통상 X­선 촬영을 할 때는 가슴부위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하복부에 있는 실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탄이 뚫고 들어간 사입구가 왼쪽 가슴부위에 분명히 나타나 있고 체내 상처가 사진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도 병원측은 이를 주목하지 않고 서둘러 공포탄에 의한 쇼크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었다.
이 때문에 군당국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군당국이 숨진 장씨의 사체를 사건발생 30여시간이 지난 4일 오후 늦게서야(오후 7시20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는 점이다.
군당국은 장씨가 창동병원으로 옮겨져 있을 당시 세종대생들이 몰려와 『공포탄이 아닌 실탄에 맞아 숨졌다』며 시위를 벌이자 그때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다른 의문은 공포탄 훈련장에서 어떻게 실탄에 맞아 죽을수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군당국에 따르면 사건당시 숨진 장씨는 12명이 1개조(침투조 2명,방어조 10명)가 돼 시가지 침투훈련을 받고 있었으며 공포탄은 침투조로 편성된 장씨가 한 발,방어조 가운데 3명이 한 발씩 모두 4발이 지급됐고 나머지 8명은 빈총으로 훈련중이었다.
실탄에는 탄두가 박혀있고 공포탄에는 탄두가 없어 외형상 누가 봐도 식별이 가능해 훈련전 공포탄을 지급해 줄 때 실탄이 섞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훈련장 주변다른 곳에서 실탄사격을 하다가 유탄에 맞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 시간 훈련장 주변에서 실탄사격을 한 곳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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